동아프리카 늘어난 해적, 남중국해에선 감소…그뒤엔 기후변화
2000년대 이후 동아프리카에서는 해적 행위가 많이 늘어났지만, 남중국해에서는 해적 행위가 과거보다는 주춤해졌다.
이런 상반된 상황을 기후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동아프리카에서는 어업 생산이 줄어들면서 이로 인해 해적 행위가 늘어났고, 남중국해에는 수온 상승으로 어업 생산이 늘어나면서 해적 행위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범죄학과 게리 라프리 교수와 마카오대학 사회학과의 보 지앙 교수는 동아프리카와 남중국해의 해적 행위를 정량화해서 기후변화와 연결하는 논문을 '날씨, 기후, 사회(Weather, Climate, and Society)' 저널에 최근 발표했다.
해적 행위 절반이 16곳에서 벌어져
해적 공격의 절반이 241개 격자 가운데 16개에 집중됐는데, 이 중 7개는 남중국해, 1개는 동인도양, 4개는 서부 인도양, 4개는 서아프리카에 위치했다.
믈라카 해협과 남중국해, 인도양, 아덴만, 서아프리카 등 4곳이 해적 행위가 특히 밀집된 해역으로 분류됐다.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믈라카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항로 중 하나이고, 아덴만은 인도양과 지중해를 잇는 전략적 항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들 지역 어부들은 경제 상황에 따라 관습적(어업) 행위와 범죄(해적) 행위 사이를 오간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며 "해적은 바다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흔한 전문 기술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해적 행위에 연루된 범죄 조직이 실업 상태인 어부와 선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러한 어부를 '아르바이트 해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구팀은 동아프리카와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각각 1049건과 1831건의 해적 공격을 파악해 이를 해수면 온도와 어업생산량과 연결해 분석했다.
동아프리카 어획량 감소, 남중국해는 증가
동아프리카의 경우 해수면 온도의 표준 편차가 1단위 증가할 때마다 어류 생산량이 3만5000톤 감소했다.
남중국해에서는 해수면 온도 표준편차가 1단위 증가할 때마다 어획량은 111만3000톤이 늘었다.
물고기들은 체온을 조절하지 못해 적도 부근에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 물고기들은 더 시원한 물을 찾아 북쪽이나 남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해수 온도의 변화와 어류 생산이 해적 행위와 강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우리의 주장이 옳고 가까운 미래에 해수 온도가 계속 상승한다면, 동아프리카의 해적 퇴치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획량 감소에 직면한 어부들은 '합리적인' 경제 전략에 따라 해적 행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해양 국가나 국제기구가 어업 생산량이 감소하는 시기에 어부들에게 보조금과 직업 훈련을 제공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엔 아시아 지역 피해 증가
해양수산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2년 전 세계 해적 사건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해적 피해는 70건으로 전년 대비 약 19% 증가했다.
2020년부터 급증한 싱가포르 해협 부근에서의 해상강도 사건이 지난해에도 계속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발생한 전 세계 해적 사건은 115건으로 전년(132건)보다 약 13% 줄었다. 몸값을 요구하는 선원 납치 피해는 2명으로 전년(57명)보다 96% 줄었다.
전 세계 교역 상품의 90%가 바다로 운송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적 행위는 세계 경제와 세계 무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해적 행위로 인해 연간 운송 비용이 70억~150억 달러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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