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칼바람, 성장률 1.1%…커지는 美 경기침체 공포

뉴욕=조슬기나 2023. 4. 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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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한파, 기업 줄감원
하반기 경기침체 오나

# 미국 대형 패션기업 갭(GAP)은 27일(현지시간) 1800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500명 규모 감원에 이은, 추가 구조조정이다. 차량공유서비스업체 리프트도 같은 날 1000명 이상을 구조조정키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700명을 감원했는데 감원 규모를 키웠다.

미국에 닥친 경기 한파의 한 단면이다. 기업들이 줄줄이 감원에 나선 가운데, 올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연율 1.1%로 집계됐다. 기업의 투자가 줄면서 GDP 성장세도 탄력을 잃었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인플레이션, 고강도 금리 인상 여파 등까지 더해져 연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경기침체 없이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 한파, 기업의 줄감원

갭의 밥 마틴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갭의 미래를 위해 회사 재구성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해고 결정을 알렸다. 비용 절감을 통해 실적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겠다는 것이다. 갭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연간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억73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정리해고 대상자는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본사 직원들과 각 매장의 고위급 직원들로 확인됐다. 지난 1월 말 기준 갭의 직원 수는 총 9만5000명 상당이다.

리프트의 감원 규모는 전체 직원의 26%에 달한다. 리프트는 신규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250개 이상의 개방형 직책도 없애기로 했다. 리프트의 데이비드 리셔 CEO는 사내 메일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 대규모로 직원 규모를 감축할 것"이라며 "이는 회사, 직원, 운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업 외에도 미 클라우드서비스기업 드롭박스는 이날 전 세계 직원의 16%에 해당하는 500명 규모의 감원을 발표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보잉사의 항공기 납품 지연 여파로 올해 채용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한파-줄감원-경기침체 악순환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감원 한파는 확산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감원 바람은 빅테크 내에서 국한됐지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1.1%로 내려앉았다. 이는 시장 기대치(2%)는 물론, 직전 분기(2.6%) 수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10년간 미 경제의 연간 평균성장률은 2.2%였다.

특히 민간 기업들이 투자와 생산을 줄이면서, 전체 GDP 성장률 감소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세를 지탱하는데 큰 영향을 준 소비지출마저 둔화하면서 연말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변곡점에 서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해 점점 더 비관적으로 바뀌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단행된 금리인상이 경기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년여간 기준금리를 4.7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후 시장을 짓눌렀던 은행권 위기 우려도 아직 가시지 않았다. 향후 은행권 대출요건 규제를 강화하고 이에 따라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소비지출은 물론, 경기 전반에 한층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하반기 경기침체 오나

최근 인플레이션 국면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한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전날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재차 언급한 바 있다

그는 26일 시카고에서 열린 모닝스타 투자 컨퍼런스에서 "팬데믹 기간 재정 부양과 저금리가 미국을 물가상승률 2% 국가에서 5% 국가로 만들었다"며 "경기침체 없이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방준비제도(Fed)가 너무 늦게 행동해 신뢰를 잃었다"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대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Fed는 다음달 2~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서머스 전 장관은 Fed가 금리를 0.25%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매체 CNBC는 "GDP 보고서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공포를 가리키고 있다"며 "1970~1980년대 나타난 스태그플레이션은 저성장, 높은 인플레이션, 높은 실업률이 특징으로 한다. 현재 해당하지 않는 건 높은 실업률 뿐"이라며 "그러나 기업 해고가 늘어나며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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