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외교 전쟁터에 나선 대통령을 향한 비판

신범수 2023. 4. 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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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등장한 단어들의 과격함이다.

핵공격·압도적 대응·정권의 종말 등이 그러한데, 2년 전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에서는 평화·안정·포용 같은 말들이 주로 오갔다.

한미 정상회담 전부터 쏟아진 각종 논란,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한 윤 대통령의 언사를 경고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하나다.

중국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메시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특히 대만 문제 등에 있어 선을 넘지 말라는 뜻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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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줄 타기 외교 전쟁 속
진영 논리 무조건 비판이 답일까

인상적인 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등장한 단어들의 과격함이다. 핵공격·압도적 대응·정권의 종말 등이 그러한데, 2년 전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에서는 평화·안정·포용 같은 말들이 주로 오갔다. 이것은 한·미·일과 북·중·러 대결 구도가 굳어진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다만 이런 정세 변화에 윤석열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은 과하다.

중국 쪽에 경도돼 있던 문재인 정부는 2021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편에 반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거기에 반발을 보탰을 뿐이다. 윤 정부 자체의 안보관에 따른 판단이겠으나, 무엇보다 미·중이 더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할 것이다. 이 현실을 부정한다면 미·중이 충돌할 때 우리는 중·러 쪽에 더 가까워지는 뒷걸음질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윤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나기 열흘 전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을 시찰했다. 이 이례적인 행보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한미 정상회담 전부터 쏟아진 각종 논란,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한 윤 대통령의 언사를 경고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하나다. 중국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메시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특히 대만 문제 등에 있어 선을 넘지 말라는 뜻 아니었을까. 두 번째 가능성은 한국이 완전히 미·일과 밀착하는 상황은 막아보자는, 일종의 한국 끌어당기기 몸짓이다. 이 상반된 두 의도가 시 주석 머릿속에 공존한다고 가정할 때, 우리의 대응 방식 역시 그에 걸맞은 것이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국제질서의 안정을 깨는 어떤 무력 시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한 것은 ‘할 말은 한다’는 원칙 표시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시 주석 머리에 있는 첫 번째 의도에 대한 주권국가의 응당한 대응이다. 반면 중국이든 러시아든 건설적 협력은 유지한다는 ‘전략적 모호성’의 천명은 두 번째 의도에 대한 화답이 될 수 있다. 경제 혹은 안보 측면에서 완전한 결별이나 밀착 모두 불가능하다는 건 한중이나 한·러 두 나라 모두 잘 알고 있다.

안보에서 확실히 미국 편에 섰다면 경제 선물 보따리라도 가져와야 한다는 비판 역시 마찬가지다. 반도체법이나 인플레법 관련 성과가 부족하다는 주장에는 미국으로부터 일종의 특혜를 받아오라는 뜻이 담긴 듯한데, 그 법들은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만든 게 아닌 ‘다자간’ 법이란 점을 모르고 하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다만 혈맹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단서조항 같은 것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놓고 공개할 종류의 협상 내용은 아니다.

강대국 사이 줄 타기 외교는 역대 모든 정권이 마주해 온 과제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가장 난이도 높은 격변기에 대통령직에 오른 사람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란 투의 비아냥이 과연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일본과도 연대해야 한다는 유명한 정치인의 말처럼, 외세에 맞선 국익 앞에서 진영은 무의미하며 분열은 치명적이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대통령이라도 그의 실책은 내가 사랑하는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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