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니라는데... "핵공유" 주장했다 망신 당한 국힘

곽우신 2023. 4. 28. 1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용 확인하지 않고 '워싱턴 선언' 극찬... 기자들 질문 쏟아지자 "확인해보겠다" 반복

[곽우신, 남소연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제가 나중에 확인해보고 답변드리겠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이 미국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확인하지 않고 '워싱턴 선언'을 자화자찬하다 크게 망신을 샀다. 정작 미국에서는 "핵공유는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는데, 집권여당 원내지도부가 나서서 "핵동맹으로 발전하는 전기", "사실상 최초의 핵공유" 같은 표현을 사용해 빈축을 산 것이다. 기자들의 집중적인 질문 공세에, 윤 원내대표는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내용을 확인하고 답변드리겠다"라며 얼버무렸다.

앞서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현지시각으로 27일, 워싱턴DC 국무부에서 한국 기자들과 브리핑 자리를 가졌다.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정의하는 우리 정부의 설명에 미국도 동의하는지 질문이 나오자, 그는 "그냥 매우 직설적으로 말하겠다"라며 "우리가 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 입장에서 우리가 '핵공유'라고 말할 때는 중대한 의미를 내포한다"라는 설명이었다(관련 기사: 미국 고위당국자 "워싱턴 선언, 사실상 핵공유는 아니다" ).

"사실상 최초의 핵공유 선언문" "미국, 가장 귀한 수단 한국과 공유"

그러나 28일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윤 원내대표는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께서 연일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라며 "지금까지 가장 큰 성과는 단연 워싱턴 선언 채택"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한미양국은 북핵 공격 시 미국 핵무기를 포함해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라며 "워싱턴 선언의 핵심은 한미핵협의그룹의 신설로써, 이것은 미국의 확장억제 기획 및 실행에 우리나라가 직접 참여하게 되어있는 상설협의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기존의 확장억제에 비해 훨씬 진일보"했다며 "한미군사동맹이 핵동맹으로 발전하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의 핵심은 '3핵'이다"라며 "즉, 핵협의그룹 설립과 핵문서 공개, 핵잠수함 한반도 전개 강화 가시성 증대"라고 규정했다.

이어 "특히 핵문서는 사실상 최초의 핵공유 선언문"이라며 "한미정상이 정상회담 이후에 공동선언 외 확장억제 관련해 별도 문건을 발표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이 타국과 핵 공유 체제를 구축한 것은 1966년 나토가 첫 번째인데 우리와의 핵공유가 두 번째"라고도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간사이자 군인 출신인 신원식 국회의원조차 "미국이 타국과 핵공유 관계를 맺은 것은 1966년 나토가 처음이고, 이번 대한민국이 두 번째"라고 반복해 주장했다. "그러나 1968년 NPT, 즉 핵확산금지조약 출범 이후로 기준을 한다고 하면, 대한민국이 첫 번째 국가"라고까지 이야기했다. 또한 "나토 핵공유는 30개국 참가한 다자협의체제인 반면, 한미는 양자협의기 때문에 더욱 신속한 의사결정과 깊숙한 논의가 가능하다"라고도 부연했다.

그는 "미국이 가진 가장 귀한 수단인 핵까지 대한민국과 공유하겠다는 것은 미국이 뉴욕의 안전을 위해서 서울을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가장 확실한 메시지"라며 "이제 김정은이 핵으로 한미를 이간하겠단 시도는 부질없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북핵을 옹호하면서 얻는 이익보다 손실이 훨씬 더 크게 됐다"라며 "만약 핵공유 체제가 대한민국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는 미국의 다른 동맹국과 우방국까지 확대된다면 이는 중국에게 끔찍한 악몽의 연속이 될 것"이라는 구상까지 나아갔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고위 관계자 발언 언급하자, '그게 누구냐' 되묻기도
 

이처럼 미국에서 핵공유를 부인한 입장을 확인하지 않고 원내지도부가 한목소리로 '핵공유'를 외치자, 회의가 끝난 후 진행된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윤 원내대표는 처음에 "이제 핵동맹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고, 또 핵동맹으로 가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라며 "제가 그 미국의 입장을 확인을 아직 못했다. 확인하고, 판단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미국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었다고 출처를 밝히자 해당 고위 관계자가 누구인지 되묻기도 했다. 케이건 선임국장의 이름이 기자들로부터 나오자, 당황한 듯 "아, 그래요?"라며 "그럼 제가 나중에 확인해보고 답변드리겠다"라고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윤 원내대표가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답만 반복하자, 기자들로부터 질타성 질문마저 나왔다. 오전 공식회의석상에서 당 원내지도부가 내는 공개메시지인데,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발언한 것이냐는 취지였다. 윤 원내대표는 그러자 국방위원회 간사,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들과 "상의해보겠다"라며 말을 돌렸다.

당의 현재 입장이 정확히 묻자, 그는 "저는 '핵동맹으로 가는 전기'라고 발언했다"라며 본인은 '핵공유'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회피했다. "개별 의원 발언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는데, 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정한 건 없다, 아직까지"라며 "보도내용이나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개별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도 이야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물론, 원내지도부, 당 대변인들도 비슷한 발언을 쏟아냈는데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라는 논리였다.

확인되지 않은 채 비슷한 메시지가 나온 데 대해 사전에 용산 대통령실과 조율이 있었는지 질문하자, 그는 "용산하고 교감하고 뭐 그러지 않는다"라며 "저희 당은 당 입장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별히 교감할 필요가 있는 건 (교감)하지만, 오늘 아침 메시지는 의원들, 또 당과 개인의 입장에서 이야기한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고맙겠다"라는 설명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