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좌우로 닦고 위아래 쓸고···'땅볼왕' 페디

배중현 2023. 4. 28. 10: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스위퍼를 앞세워 NC 다이노스 1선발 역할을 기대 이상을 해내고 있는 에릭 페디. NC 제공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오른손 투수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는 미국 애리조나로 향했다. 야구 관련 종합 프로그램 시설 푸시 퍼포먼스(Push Performance)에서 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푸시 퍼포먼스는 워커 뷸러(LA 다저스) 로건 웹(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을 비롯한 빅리그 선수들의 훈련 시설로도 유명하다. 페디는 여기서 '비장의 무기'를 하나 장착했는데 그게 바로 횡 슬라이더의 일종인 '스위퍼(Sweeper)'다.

스위퍼를 실험하는 건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다. 페디는 지난 2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마친 뒤 "어떤 선수에게는 스위퍼가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맞는 선수에겐 이 구종을 갖고 있는 게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페디는 KBO리그 데뷔 후 매 경기 25개 안팎의 커브가 투구 분석표에 찍힌다. 의외일 수 있다. 커브는 2019년 이후 '봉인된' 구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페디는 NC 유니폼을 입고 갑자기 구사하기 시작한 걸까.

NC는 투구 분석표상 페디의 커브가 스위퍼라고 해석한다. 실제 구단 내부에선 투구 분석표에 따로 스위퍼를 체크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커브로 분류, 취재진에게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 13일 KT 위즈전 총 투구 수 대비 커브는 26.8%인 26개, KIA전에선 22.3%인 23개였다.

스위퍼의 효과는 만점이다. 페디는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지 않는다. 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블 등 변형 패스트볼 비율이 높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좌우 꺾임이 큰데 스위퍼로 그 위력을 더한다. A구단 전력분석원은 "페디의 피치 디자인을 보면 좌우로 찢는 성향이 크다. 상하의 무브먼트보다 좌우가 중요한데 스위퍼를 장착하면서 (좌우로 궤적이) 찢어지는 게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19일 LG 트윈스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투구하는 에릭 페디의 모습. 잠실=정시종 기자 


부족한 상하 무브먼트는 체인지업으로 채운다. 페디는 KBO리그 입성 후 스위퍼를 던지면서 체인지업 비중을 동시에 올렸다. MLB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페디의 빅리그 통산(6년) 체인지업 비율은 전체 구종의 7.9%. 지난 시즌에는 수치가 3.5%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 체인지업 비율이 21.5%까지 상향, 투심 패스트볼(31.3%) 컷 패스트볼(24.6%) 수준에 근접했다. 오프스피드 구종인 체인지업은 횡(좌우)보다는 종(상하)적인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속도가 빠른 변형 패스트볼이나 스위퍼와 달리 완급조절이 가능하다.

페디는 "스프링캠프 때 스위퍼를 연마하긴 했지만, 체인지업 공부도 많이 했다. (두 구종을 함께 던지면서)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건 분명히 맞다"며 "체인지업이 내겐 어려운 구종이었는데 (KBO리그에선) 성공하고 있어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스위퍼로 스트라이크존의 좌우, 체인지업으로 상하를 공략한다. 타자로선 숨이 막히는 조합이다. 위력은 기록이 말해준다. 페디는 시즌 첫 5경기에서 3승(1패)을 따냈다. 평균자책점이 0.58로 리그 1위, 9이닝당 탈삼진도 10.74개로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땅볼/뜬공 비율이 2.38로 '땅볼 유도 능력'이 리그 최고(2위 KT 고영표·1.86)다. 공이 뜨지 않으니 장타 위험도 떨어진다. NC는 외국인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팀을 떠났지만, 빈자리가 크지 않다. 스위퍼에 체인지업을 더한 페디가 KBO리그에 연착륙하고 있다.

스포츠1팀 기자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