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완전범죄 꿈 꾼 일당, 6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지난 3월 29~30일 발생한 서울 강남 납치·강도살인 사건은 6개월 전부터 계획된 범죄였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범행 3개월 전부터는 범인들이 범행도구를 준비하고 미행하는 등 사전 작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유상원·황은희·이경우·황대한·연지호·이모씨 구속기소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유상원(51), 황은희(49),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 이모(24)씨를 강도예비, 강도살인, 마약류관리법상 향정, 사체유기,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28일 구속 기소했다. 이경우의 아내인 허모(37)씨는 마약류관리법상 향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유상원·황은희 부부가 피해자 A씨의 권유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뒤 “A씨를 납치해 가상화폐를 빼앗고 살해하자”는 이경우·황대한의 제안을 받아들여 6개월 전부터 준비한 끝에 실행한 범죄라고 밝혔다.
주범은 이경우였다. 당초 이경우는 헬스장 사업에 실패하고 갖고 있던 돈 8700만원가량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휴지 조각이 되자 가상화폐 사업으로 만회하기 위해 먼저 A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 A씨와 갈등 관계에 있던 유상원·황은희 부부에게 더 많은 돈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그들과 함께 A씨에 대한 범행을 저지르기로 방향을 틀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후 이경우는 자신처럼 경제적 곤궁 상태에 있던 황대한, 연지호, 이씨를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9월부터 준비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상원·황은희 부부가 이경우에게 범행 착수금 7000만원을 건네면서다. 이경우는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황대한, 연지호, 이씨 등을 끌어들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 해 12월부터는 A씨뿐만 아니라 그의 남편까지 미행하는 한편 마취제, 주사기, 케이블타이, 몽키스패너, 청테이프, 장갑 등 범행도구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범행 직전에는 황대한이 이경우에게 전화를 걸어 “(A씨가) 가방을 들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서” “집 앞에서 끌고 와야지”라고 말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범행일인 지난 3월 29일 오후부터 범행 직전까지 황대한과 이경우는 10차례 통화했다고 한다.
완전범죄 꿈 꾼 일당…피해자 소지품은 부산 앞바다에 버려
일당이 범행에 앞서 완전범죄를 기대한 정황도 적발됐다. 검찰이 A씨 납치에 이용된 차량의 블랙박스를 복원해 보니 범행 수일 전 황대한이 연지호에게 “일단 우린 (유상원·황은희 부부와 다르게 A씨와 일면식도 없어) 연관성이 없다고 했잖아” “우린 용의 선상에서 배제야, 수사기간도 오래 걸리고”라고 말한 내용이 녹음돼 있었다.
또한 둘 사이에서 “우리가 철두철미하지 못 하게 보이지?”“어떻게 죽이겠다는 건데요?”라는 대화를 나눈 사실도 검찰은 확인했다.
황대한·연지호가 A씨를 납치한 직후에는 이경우에게 연락했고, 이경우는 바로 유상원·황은희 부부에게 연락해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황대한·연지호는 경기 용인시에서 이경우를 만나 A씨의 휴대전화 4대 등 소지품을 전달했고, 이경우의 보고를 받은 황은희는 용인시의 한 호텔 객실을 예약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유상원은 그 호텔 객실에서 이경우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자리에서 유상원과 이경우는 A씨 명의의 가상화폐 계정에 수차례 접속하려다가 실패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A씨에게 협박을 통해 받아낸 비밀번호가 통하지 않은 것이다.
3월 31일 황은희는 이경우의 아내로부터 A씨의 소지품을 전달받고 그 다음날 부산 앞바다에 던져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를 이끈 김수민 부장검사는 “이경우가 유상원·황은희 부부로부터 수수한 7000만원을 추징하기 위해 이경우의 계좌, 가상화폐거래소 계정 등에 대해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달 21일 인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의 유족들에게 범죄피해자 구조금을 지급하고 장례비와 심리치료 비용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재판에서 검찰은 수사를 맡았던 검사가 직접 공소유지를 하도록 해 중형을 받아낸다는 방침이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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