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된 국선변호사 제도, 피해자 두 번 울리는 일 없애려면
[박민서 기자]
▲ 대전지방법원(자료사진, 위 법원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이 없습니다). |
ⓒ 장재완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의 특례)
①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및 그 법정대리인(이하 "피해자등"이라 한다)은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중간 생략)
⑥ 검사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2012년 3월부터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시행되어 성폭력, 아동학대, 장애인학대, 인신매매 등의 범죄 피해자는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사건에 따라 구체적인 지원의 내용은 다르지만 보통 수사 절차에서부터 재판 절차까지 피해자를 조력한다.
그런데 이렇게 선정된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조력을 하지 않아 피해자가 두 번 울게 되는 일이 최근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 '불성실'한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항소심까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한 번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피해자 국선변호사도 있다.
이렇게 불성실한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이 많기 때문에 여력이 되는 피해자의 경우 제대로 된 조력을 받기 위하여 사선으로 비용을 들여 변호인을 선임하여 대응하고는 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여력이 되지 않는 피해자들은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렵다. 특히 지적장애인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사선 변호사를 찾기도 어렵고, 사선 변호사를 수임할 수 있는 경제력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선 변호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경우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을 통하여 공익 활동을 하는 변호사들과 연결되어 변론지원을 받게 되면 다행이지만, 이렇게 연결되지 못하면 국선 변호사의 도움밖에 받을 수가 없게 된다.
만일 불성실한 국선변호사를 만나게 될 경우 가해자에 대하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피드백도 받지 못하고 적절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될 수도 있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피해자는 형사 재판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 단지 운이 나빠 불성실한 국선변호사를 만나게 되면 이런 기회조차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나도 최근에, 국선변호사의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 지적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를 목격하기도 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도입 뒤 10년이 지났고, 여러 차례 제도 개선의 필요가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적인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국선변호사, 보수는 적고 할 일은 많아... 제도 바뀌어야
그런데 이렇게 '불성실'한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많은 것에 대하여 피해자 국선 변호사만을 탓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받는 보수에 대해서는 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되었으나, 개선이 없어 여전히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보수는 적고 그에 비해 피해자 국선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매우 많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지원하는 변호사들의 수는 줄고 있고, 피해자 국선변호사 1명이 담당하는 사건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변호사들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이 문제를 다뤄왔지만, 국선 변호사의 보수 체계를 현실적으로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증액하거나 국선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감경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의 개선은 없는 상황이다(한편, 검사도 피해자 국선변호사에게만 일임하지 않고 피해자 조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 변호사가 검사가 해야 할 일까지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피해자가 사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고, 누구나 공익 변호사의 지원을 받을 수는 없다. 따라서 대다수의 피해자는 국선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부디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현실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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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법무법인 원곡 블로그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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