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동물학대... "번식장→펫숍 판매, 금지해야"

권민선 2023. 4. 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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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14배 증가한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 동물 학대, 펫숍과 번식장이 원인

[권민선 기자]

지난달 양평의 한 주택에서 1200여 마리의 개가 굶어 죽은 채로 발견된 사실이 밝혀져 많은 시민이 큰 충격을 받았다. 양평의 개 학살 사건을 기점으로 동물 학대에 대한 논의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경찰청에 의하면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2020년 992년으로 10년 동안 약 14배 증가했다. 또한 송기헌 의원이 법무부와 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부터 2022년 3월까지의 동물보호법 처벌 비중 통계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한 혐의가 있는 4221명 중 구속기소가 된 사람은 단 4명이었으며 거의 절반에 달하는 사건들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동물 학대에 대한 미흡한 대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동물 학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을 우선 살펴 보아야 한다.
  
▲ 2017-2022.3 동물보호법 처벌 비중 2017년부터 2022년 3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처벌 종류의 비중 통계 자료(자료 출처 송기헌 의원실)
ⓒ 권민선
 
양평 개 학살 사건의 발생 이후 동물생산업의 구조가 동물 학대 사건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의 동물생산업은 번식장, 경매장, 그리고 펫숍의 연계 하에 운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번식장에서 태어난 생후 2개월 미만의 강아지들은 경매장을 거쳐 펫숍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생후 6개월이 넘도록 경매장 또는 펫숍에서 팔리지 않은 개들은 다시 번식장으로 돌아가게 되거나 불투명한 경로로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보통 생후 6개월 미만의 어린 강아지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동물을 마치 유통기한이 정해진 상품처럼 대하는 동물생산업의 시스템은 동물권을 보장하지 못할 뿐더러 동물을 물건처럼 '소비'하는 경향을 부추긴다.

번식장과 펫숍의 열악한 환경 또한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여전히 뜬장을 이용하며 동물들의 배설물을 방치하고, 유전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교배 시키는 번식장들이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펫숍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리 진열장에 갇힌 새끼 동물들은 체계적인 건강 관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하며, 외부에서 전해지는 자극에 그대로 노출된다.

동물생산업의 유지, 어떻게 가능했나?
 번식장에 갇힌 강아지들의 모습
ⓒ 세이브코리안독스
 
해외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동물생산업 구조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느슨한 동물 관련 법이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소속의 송시현 변호사는 지난 4월 21일에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현재 동물보호법에는 동물학대자에 대한 소유권 박탈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에 대해서는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학대로 규정하고 있으나, 그 외의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에 대해서는 사육·관리 의무 위반을 학대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펫숍 등의 업체에서 반려 목적 외로 기르는 동물에 대한 사육·관리 의무 위반을 학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송시현 변호사는 현행 민법 역시 동물권을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민법상 동물은 물건이기 때문에 동물학대자의 소유권을 박탈하는 것이 어려우며, 동물을 경매장이나 펫숍에서 사고 파는 행위를 제재할 수도 없다. 다만 지난 2021년에 동물을 비물건화하는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여야가 해당 개정안에 이견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법적 근거는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자기만족을 위해 물건을 사는 것처럼 충동적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한 후, 양육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반려동물을 유기한다. 개식용 문화 또한 동물생산업과 관련이 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개고기는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축산법에서는 개가 가축으로 분류되어 농장에서 개를 식용 목적으로 기를 수 있다. 식품위생법과 축산법이 서로 상충하며 만들어낸 모순으로 인해 동물생산업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었다.

동물 학대…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그렇다면 어떻게 기형적인 동물생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동물 학대를 근절할 것인가?

송시현 변호사는 이에 대해 "펫숍은 불법 번식장과 연계된 거대 산업이다. 펫숍과 불법 번식장을 함께 없애기 위해서는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라며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동물생산업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불법 번식장을 철저하게 단속한다면, 농장과 펫숍의 성행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덧붙여 그는 "궁극적으로는 번식장에서 동물을 생산하여 펫숍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라며 "실제로 독일은 번식장을 금지했으며, 품종견 전문 브리더나 동물보호소를 통한 입양만 허용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또 공권력 투입과 더불어 제도나 법안의 개선도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반려 목적 외로 기르는 동물에 대한 사육·관리 의무 위반을 학대로 규정하는 조항을 추가하거나 개를 가축에서 제외한 축산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해외의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해외에서 수십 년간 머물렀던 세이브코리안독스의 김나미 대표는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국내에 도입할 만한 해외의 반려동물 문화로 '훈데스토이어'와 '티어하임'을 소개했다.

독일에서 개를 키우기 위해서는 반려견의 복지를 위해 활용되는 세금인 훈데스토이어를 내야 한다. 또한 독일 곳곳에는 티어하임이라는 동물보호소가 있다. 티어하임의 애니멀컨트롤이라고 불리는 부서에서는 입양 보낸 동물들이 있는 가정들을 매년 방문해 동물들의 상태를 체크한다. 독보적 위상을 가진 독일의 동물 복지 시스템은 반려동물에 대한 주인 의식과 책임감을 형성해 유기견 발생률을 낮추는 선순환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김 대표는 트라우마가 심한 동물들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 수준이 낮은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봉사자분들이 겁에 질린 개들보다는 예쁜 개들과 노는 것을 좋아한다"라며 "사람들의 애정 어린 손길을 정말 필요로 하는 개들은 바로 트라우마를 가진 개들인데 말이다"라고 말했다. 제도와 시스템의 개선과 함께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 학대받은 개들을 먼저 입양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반려동물들도 비로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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