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여왕’ 김아림 "골프 때문에 행복합니다"

노우래 2023. 4.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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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프 자격 KLPGA 챔피언십 출격
휴스턴→ 양주→ 플로리다→ 뉴저지 강행군
롤 모델 소렌스탐 "골프여제의 길 따라갈 것"

몸은 힘들지만 표정은 밝다.

‘장타여왕’ 김아림의 이야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아림은 잠시 귀국했다. 27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 클럽 산길·숲길 코스(파72·6570야드)에서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 크리스 F&C 제45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에서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서기 위해서다. 김아림은 26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주일이 정말 정신없이 지나갈 것 같다"고 웃었다.

김아림은 "골프를 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면서 "결과가 아닌 과정에 만족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김아림은 지난 24일 LPGA투어 메이저 셰브론 챔피언십을 마친 뒤 곧바로 귀국길에 올라 25일 오후 5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곧바로 대회장으로 이동해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회복 운동을 했다. 26일에도 일찌감치 샷을 점검한 이후 오전 11시 30분부터 9개 홀 연습 라운드를 했다. 이어 포토콜 행사와 인터뷰를 했고, 27일부터 대회를 소화하고 있다. 김아림은 "대회를 마친 뒤에도 후원사인 한화큐셀을 방문해 프로필 사진과 미팅이 해야 한다"면서 "5월 2일 미국 집이 있는 플로리다로 출국하는 빡빡한 일정"이라고 했다. 그는 플로리다에서 재정비를 한 뒤 파운더스컵이 열리는 뉴저지로 이동한다.

김아림 친구들은 실력이 대단하다. 고진영과 김효주, 백규정, 김민선 등이 1995년생 동갑내기다. 김아림은 "제가 보기엔 골프 천재들인 것 같다"면서 "배울점이 많은 선수들이 친구여서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아림은 김효주에 대해선 "도인이다. 못하는 게 없는 선수"라면서 "생각이 깊다. 친구지만 멋지다"고 평가했다. 고진영에 대해선 "목표가 확실한 선수"라면서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김아림은 친구들과 비교해 고생했다. 2013년 정회원이 된 뒤 2년 연속 시드전을 봤지만 쓴맛을 봤다. 김아림은 "시드전에서 떨어졌을 때 많이 울었다"며 "드림투어에서 상금 1위를 놓쳤을 때도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김아림은 2015년 드림투어에서 4승을 수확해 상금랭킹 2위(7606만원)로 정규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2016년 1부투어에 입성했고, 2018년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2019년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지난해 KLPGA 챔피언십에서 국내 통산 3승을 쌓았다.

김아림은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이글과 버디를 사냥하는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다.

김아림은 호쾌한 장타가 주무기다. KLPGA투어에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장타퀸’에 올랐다. LPGA투어에서도 2021년 276.76야드(5위), 지난해 274.74야드(5위), 올해 273.77야드(7위)다. 김아림은 "장타를 치기 위해선 몸 관리가 중요하다"며 "장점을 잘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림은 팔과 다리가 길다. 아크가 크고, 꼬임이 좋은 편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세게 치는 연습을 많이 했다"며 "드라이버 샷을 할 때 겁나는 것이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아림이 골프 팬에게 강한 인삼을 심어준 대회가 있다. 바로 2018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다. ‘골프여제’ 박인비와의 결승전에서 치열한 승부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컨시드를 후하게 줘 화제가 됐다. 김아림은 "퍼 퍼트가 길게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 컨시드를 줬다. 나중에 보니까 2m 가까이 됐다"면서 "교수님과 코치님한테 혼났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아림은 박인비와의 맞대결을 기억하고 있다. 박인비가 티 샷을 할 때 갤러리의 함성을 듣고 놀랐다. 김아림은 "차원이 달랐다"며 "기가 살짝 눌리는 느낌이 들어서 더 파이팅이 넘치게 플레이를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이후 성장했다"면서 "이젠 구름 갤러리가 있어도 떨리지가 않는다"고 강심장을 장착한 계기를 설명했다. 김아림은 2019년 박인비의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해 한 식구가 됐다.

김아림의 롤 모델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다. 안니카는 2002년 LPGA투어에서 무려 11승을 올리는 등 통산 72승을 쌓았다. 60주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지킨 ‘원조 골프여제’다. 김아림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소렌스탐이다. 너무 좋아한다"며 "제 눈엔 진정한 골프여제다. 레벨이 다르고, 아우라가 대단하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소렌스탐을 보면서 투어에서 오래 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소렌스탐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김아림은 노력파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퍼포먼스 향상을 위한 다양한 훈련을 하고 있다. 특히 체력 키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주일 내내 체력 훈련이다. 또 영어를 배우고, 몸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도 계속 연구하고 있다. 김아림은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빼곤 골프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성숙한 마인드도 장착했다. 그는 "우승을 목표로 플레이를 한 적은 없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나오자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아림은 셰브론 챔피언십을 작정하고 준비했다. 대회 직전 하와이에서 열렸던 롯데챔피언십을 건너뛰고 일찌감치 격전지에서 실전 훈련에 돌입했다. 2020년 US여자오픈 이후 LPGA투어 통산 2승째를 기대했다. 김아림은 최종 4라운드에서 전반에 2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에 오르기도 했으나 11, 13번 홀에서 한 타씩을 잃고 우승 경쟁에 밀려났다. 최종 성적은 공동 4위다.

김아림은 내년 셰브론 챔피언십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그는 "전장이 길고, 그린이 딱딱하고 빠르다. 장타에 탄도 조절이 가능한 제게 유리한 코스"라면서 "핀을 직접 쏠 수 있는 찬스가 다른 선수에 비해 2~3배는 많다고 생각한다. 올해 많이 배운 만큼 내년 대회가 기대된다"고 했다.

양주=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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