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發 후폭풍]'400만원으로 1000만원어치 투자'…하락장에 답없는 차액결제거래
증시 전반 변동성 촉발, 수급 왜곡에 깜깜이 거래, 강제성 없는 한도 권고
CFD 자체보다 악용한 세력이 문제…“제도 개선하되 시장 위축 경계해야"
프랑스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주가 조작 세력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가 범행에 이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주가 조작 일당이 CFD 거래의 빈틈을 파고들어 범죄에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CFD 거래 자체가 불법적인 행위는 아니다. 장외 파생시장에서 거래되는 보편적인 상품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CFD 거래와 주가 조작 수법과의 연관성에 주목해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또 CFD 제도 개선을 위해 합동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계좌 증거금 비율만 충족하면 투자 기간 제한 없어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전문투자자 요건을 충족하면, 일정 증거금으로 보유한 현금보다 최대 2.5배(증거금률 40~100%) 많은 수준의 금액을 투자(레버리지)할 수 있다. 예컨대 1주에 1만원인 주식을 1000주 매수하려면 1000만원(1000주×1만원)이 필요하지만, 증거금률이 40%인 CFD를 이용하면 전체 결제 금액의 40%인 400만원만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다. 600만원은 증권사로부터 빌릴 수 있다.
이때 증권사는 투자자로부터 거래대금 수수료와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받는다. 거래대금 수수료는 매수와 매도, 해외 주식과 국내 주식별로 다르게 책정된다. 일반 현물 주식 거래 수수료보다 높은(최대 0.7%)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9년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 완화로 개인 투자자들의 진입이 늘자 일부 증권사는 0.1%를 밑도는 수수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CFD는 교보증권이 2015년 처음 선보였다. 현재 CFD 거래를 제공하고 있는 증권사는 총 13곳이다.
CFD는 신용거래처럼 일반적인 레버리지 투자처럼 보이지만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이라는 점에서 전문투자자에게만 문을 열어주고 있다. 1년 동안 월말 평균 잔고가 5000만원 이상이어야 하는 필수 조건을 충족하고 △개인 연봉 1억원 이상 혹은 부부합산 연봉 1억5000만원 이상 △금융 자격증, 특수자격증 보유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5억원 이상 등 세 가지 요건 중 한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자는 매수금액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로부터 빌린 금액에 대해 이자를 산정하지만 CFD는 다르다. 수수료가 가장 저렴한 증권사의 이자 수수료는 5%대다. 매수금액이 커질수록 이자 수수료는 더 늘어난다. CFD의 만기는 없다. 신용거래융자의 경우 기간이 정해져 있어 빌린 기간이 길수록 이자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그러나 CFD는 계좌 증거금 비율만 충족하면 반대매매 없이, 기간에 상관없이 투자할 수 있다.
시장 관계자들이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에 CFD 계좌를 범행 수법으로 지목할 수 있던 것은 반대매매 물량과 연관이 깊다. 24일 오전 8개 종목(대성홀딩스·삼천리·선광·서울도시가스·세방·다이데이타·하림지주·다올투자증권)에서 SG증권 창구로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보통 외국계 증권사의 반대매매는 개장 직후 이뤄진다. SG증권이 국내 증시에서 매매가 활발한 곳은 아니지만, CFD 시장에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하는 주요 증권사라는 점에서 CFD 계좌의 반대매매를 의심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국내 CFD 거래는 외국계 증권사와 백투백 계약을 통해 이뤄진다. 국내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외국계 증권사가 실제 주식을 매매하는 PBS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외국계 창구에서 매매가 이뤄진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종합해 보면 작전 세력 내 균열로 이탈자로 발생했고, 이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으며 증권사는 종가 기준으로 평가해 추가 증거금을 납입하라고 요청했지만 증거금을 채우지 못하면서 반대매매가 이뤄진 것이다.
CFD, 하락장에 취약…연쇄적 반대매매 우려
문제는 레버리지 투자에 나선 전문투자자들의 손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CFD는 하락장에 취약하다. 증거금 기준을 채우지 못해 반대매매에 내몰리면 CFD 투자자가 보유한 다른 종목도 영향을 받게 된다. 연쇄적으로 반대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럴 경우 해당 주식에 투자했던 일반 투자자들도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결국 증시 전반의 변동성을 촉발해 지수를 끌어내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주 2500선을 넘었던 코스피는 26일 2480선으로 빠졌고, 900선까지 올라섰던 코스닥 지수는 830선으로 7% 넘게 밀렸다.
더불어 매매 결제가 외국계로 찍히는 CFD 거래 특성상 '수급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이번 사태 관련 8개 종목의 주가는 1~3년 동안 큰 폭의 변동 없이 장기적으로 우상향 흐름을 기록했다. 24일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기 전까지 선광은 3년 동안 1100%대, 삼천리는 1년간 360%, 다우데이타는 약 300%이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회사가 중견기업이라는 점, 매수 창구에 외국계 증권사가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만큼 일반 투자자 사이에선 ‘매수해야 하는 안정적인 종목’으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크다. 장외 파생상품 특성상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탓에 ‘깜깜이 투자’를 촉발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통해 정보 비대칭 탓에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라며 "금융위와 함께 사안을 살펴 관련 내용을 개선안에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CFD 계좌 한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사태가 일파만파 악화한 원인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2019년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로 CFD 거래 규모가 2020년 30조원에서 2021년에는 70조원으로 두 배 넘는 수준으로 커졌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해 CFD 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를 대상으로 개인·종목별 한도를 정하도록 ‘권고’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 중에선 메리츠증권이 개인·종목별 한도를 모두 두고 있다. 예컨대 1인당 최대 투자금액이 8억원, 종목별 한도가 50%라면 CFD를 통해 한 종목을 매수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4억원 수준이다. 다만 해당 조치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으로, CFD 거래를 제공하고 있는 증권사 중 한도를 둔 곳을 찾기는 어렵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문제의 핵심은 특정 종목에 대해 전문투자자가 무제한으로 CFD를 걸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금감원의 권고 조치가 있었는데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시장을 관리하지 않은 증권사 역시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일갈했다.
전문투자자 요건 강화, 정보 공개범위 확대 등 조치 필요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이 CFD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문턱을 낮춘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강화하거나 계좌에 한도를 두고, 정보 공개 범위를 넓히는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CFD 거래가 작전 세력과 연관되면서 관련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CFD 제도 자체가 아니라 CFD 제도를 악용한 주가 조작 세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시장 위축으로 비화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FD 시장은 기존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열어준 것으로 해외와 비교할 때 국내 투자자들은 공매도나 절세 등에 해당 거래를 활용 중"이라며 "이번 사태의 해결이 CFD 거래 규모 축소가 아닌 제도 개선 쪽으로 흘러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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