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스템반도체 1등' 선언 4년…더 멀어진 TSMC
전문가 "꼭 7년안에 세계 1등할 필요없다"
"차질없는 용인 공장 준공·M&A 급선무"
삼성전자가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정상에 오른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지 4년이 흘렀지만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수준 높은 팹리스(설계)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300조원 규모 용인 반도체 공장 5개를 2042년까지 차질 없이 준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2019년 4월30일 삼성전자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제조 업체, 팹리스, 소재·부품·장비 업체 공급망을 고도화하고 인재 육성을 지원해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 된다는 내용이다. 2021년 5월 추가로 38조원을 투입했다.
우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 관련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조사 결과 2019년 2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8.5%로 세계 2위였다. 당시 1위 TSMC(50.5%)보다 32%포인트 낮았고 3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8.3%)보다는 10.2%포인트 높았다.
지금은 1위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고 3위 추격을 허용했다. 작년 4분기 말 삼성전자 점유율은 15.8%로 1위 TSMC(58.5%)에 42.7%포인트 뒤졌고, 3위 대만 UMC(6.3%)에 9.5%포인트 앞섰다. 4년 전보다 1위와 10.7%포인트 더 벌어졌고 3위와의 간격은 0.7%포인트 좁혀졌다.
우량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애플, 엔비디아, 퀄컴, AMD, 미디어텍 등 빅테크 기업들은 TSMC에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을 넣는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27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우려와 달리 주요 고객사 수요는 삼성전자 생산 능력(캐파) 이상으로 많아 (오히려)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사는 다수의 주요 고객사와 장기계약을 맺고 있다"고 했다.
높은 기술력 확보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작년 7월 말 TSMC보다 5개월 먼저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 4·5나노 공정 수율도 TSMC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렸다고 알려졌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4·5나노 파운드리 수율이 80~90%로 안정화됐다"고 했다. 덕분에 차량용 반도체 고객을 얻었다. 지난 2월 미국 AI 반도체 전문 업체 암바렐라와 5나노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암바렐라와 함께 나스닥 4대 자율주행 업체로 꼽히는 인텔 자회사 모빌아이 주문도 받았다.
2025년 이후 본격적으로 펼쳐질 '2나노 양산 경쟁'에서 TSMC, 인텔보다 수율을 높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삼성전자와 TSMC는 2025년에 2나노 양산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인텔은 내년 하반기까지 1.8나노 반도체를 양산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 콜에서 "2나노 공정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며 "2025년 (2나노) 경쟁에서 앞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7년 뒤 TSMC를 추월한다'는 비전 2030 목표 달성에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사업 구조 개편, 설비투자 집행, 통상 리스크 대응 등 과제를 차근차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제는 시스템LSI 사업부 내부거래 의존도 줄이기, 2042년까지 300조원 용인 반도체 공장 5개를 계획대로 준공, 미국 보조금·중국 장비 반입 등 통상 리스크 완화, M&A 거래 등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업계에서 미국 공장 운영비가 국내 공장보다 30%가량 더 비싸다는 목소리가 들린다"며 "용인 공장을 차질 없이 준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준 높은 팹리스 업체를 인수하면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것보다 개발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M&A는 기술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경영 기법"이라며 "지금은 비전 2030 선포 후 4년간 TSMC를 따라잡지 못한 이유를 냉정히 돌아보고 과감한 경영 전략을 구사해야 할 때"라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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