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美침체 우려에…갭도, 리프트도 천명대 감원(종합)

뉴욕=조슬기나 2023. 4. 28.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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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둘러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갭, 리프트 등 주요 기업들의 정리해고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대형 패션기업 갭(GAP)은 27일(현지시간) 구조조정 일환으로 1800명을 정리해고한다고 발표했다. 밥 마틴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갭의 미래를 위해 회사 재구성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해고 사실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500명을 감원한 데 이은 추가 구조조정이다.

이번 추가 구조조정은 실적 부진이 이어진 데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갭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연간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억73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마틴 임시 CEO는 "운영 모델을 단순화하고 최적화하고 창의성을 높이고 고객 경험의 모든 측면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갭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정리해고 대상자는 대부분 샌프란시스코 및 뉴욕 본사 직원들과 각 매장의 고위급 직원들로 확인됐다. 지난 1월 말 기준 갭의 직원 수는 총 9만5000명 상당이다.

1969년 창업한 갭은 동명의 대표 브랜드 ‘갭’ 외에도 바나나 리퍼블릭, 올드 네이비, 애슬레타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정리해고 발표에 앞서 각 브랜드 리더들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관리층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광범위한 검토를 진행해왔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브랜드 전반에 걸쳐 일관된 조직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갭의 목표 중 하나라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같은 날 차량공유서비스업체 리프트 역시 추가 감원을 발표했다. 작년 11월 경기 침체를 이유로 7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이번에는 규모를 더 확대해 1000명 이상 구조조정한다. 이는 전체 직원의 26%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리프트는 신규 채용규모를 축소하고 250개 이상의 개방형 직책도 없애기로 했다.

데이비드 리셔 CEO는 앞서 사내에 배포한 메일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 대규모로 직원 규모를 감축할 것"이라며 "이는 회사, 직원, 운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리프트는 우버와 달리 사업다각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난 1년간 주가가 무려 68% 급락했다. 같은기간 나스닥지수와 우버의 주가 낙폭이 각각 3%에 그친 점을 고려할 때 확연한 하락세다. 리프트의 주가는 지난 2월 연간실적 발표이후에도 향후 부진한 전망 등으로 인해 35%이상 내려앉았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미 클라우드서비스기업 드롭박스도 이날 전 세계 직원의 16%에 해당하는 500명 규모의 감원을 발표했다. 회사측은 감원 결정 배경으로 성장 둔화, 인공지능(AI) 컴퓨팅 시대 도래에 따른 사업구조 재편 필요성 등을 꼽았다. 드류 휴스턴 드롭박스 CEO는 "(드롭박스의 사업이) 수익성은 있지만, 성장이 둔화됐다"면서 "기존 사업이 자연스럽게 성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경기둔화로 인한 역풍이 고객과 사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보잉사의 항공기 납품 지연 여파로 올해 채용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올해 보잉 737맥스 여객기를 90대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70대만 확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7000명 순증이 예상됐던 채용 규모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회사측은 확인했다.

작년 하반기만해도 빅테크 중심으로 확인됐던 구조조정 바람은 올 들어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 1.1%로 내려앉았다. 당초 2%대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결과다. 직전 분기(2.6%) 대비로도 급격히 낮아진 수준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10년간 미 경제의 연간 평균성장률은 2.2%였다.

이러한 성장률 둔화는 금리 여파를 크게 받는 민간 기업과 부동산 부문의 투자 감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3월부터 인상 사이클에 돌입한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년여간 기준금리를 4.75%포인트 끌어올린 상태다. 역대급 긴축에 따른 높은 금리가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더욱이 1분기 플러스 성장을 지탱한 소비지출 마저도 점점 둔화하면서 연말 침체 가능성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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