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나침반 되겠다"… 57번 박수 받으며 美와 '미래' 다진 尹(종합)
총 57회 박수, 경제협력 다지고 北 비난… "단합된 의지" 중요
윤석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이라며 "대한민국은 한미동맹 성공 그 자체"라고 밝혔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7번째로 나선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를 46번 언급하며 미국과 '자유의 나침반'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l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이라는 주제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나서 이같이 언급했다. 한국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 반드시 하겠다"
국빈 방미 첫날부터 한미동맹 강화를 줄곧 언급한 윤 대통령은 이날도 미국과 새로운 여정에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44분간의 연설에서 자유(46회)를 가장 많이 언급한 것도 이 때문으로 윤 대통령은 "이제 인류의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설 초반부에는 한미동맹의 과거를 평가하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미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운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6·25전쟁을 언급하며 한미동맹 70주년의 세계사적 가치에 큰 의미를 뒀다. 윤 대통령은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은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이를 수호하는 데 앞장섰다"며 "제국주의 세력 간의 식민지 쟁탈전이 격화되면서 인류는 두 차례의 참혹한 대전을 겪었다. 미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개입을 택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할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지난해 취임하면서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만들고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존경받는 나라, 자랑스러운 조국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소명을 밝혔다"며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제협력 역시 빼놓지 않았다. 전날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대해 협의와 조율에 나서기로 합의한 윤 대통령은 이날도 " 양국의 최첨단 반도체 협력 강화는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과 경제적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졌던 우주와 사이버 분야도 재차 꺼낸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새로운 신세계인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두 기술 강국의 협력은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총 57번의 크고 작은 박수… 연설 끝난 뒤에도 참석자들과 소통
영어로 연설에 나선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편안한 자세를 유지한 윤 대통령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도 높았다. 미 의원들은 국빈으로 방문한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4분간 기립해 박수를 보내며 예우를 표했다. 연단에 올라서도 기립 박수는 이어졌다. 당연직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도 연단 뒤에 서서 윤 대통령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날 입장 시 터진 기립박수를 포함, 24번의 기립박수 등 총 57번의 크고 작은 박수를 끌어낸 윤 대통령은 "BTS는 저보다 먼저 백악관을 찾았지만, 저는 BTS보다 먼저 의회에 왔다"며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보였다. 미션 임파서블 언급도 당초 원고에는 없었던 내용으로 전해졌다.
영 김, 앤디 김, 메릴린 스트릭랜드(한국명 순자), 미셸 박 스틸 의원을 향해 "세대를 이어온 한미 동맹의 증인"이라고 하자 의원들은 또다시 기립 박수를 보냈다. 연설이 끝난 뒤에도 윤 대통령은 의원들과 악수하며 한동안 본회의장에 머물렀다. 연설문에 사인해주거나 의원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도 포착됐다.
자유(46회)와 동맹(27회)에 이어 북한(21회)을 20회 이상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과 "핵무기 압도적 대응", "정권 종말"과 같은 날 선 단어를 번갈아 던진 윤 대통령은 이날도 북한을 "정반대의 길을 고집하는 세력"이라고 칭하며 "북한은 자유와 번영을 버리고 평화를 외면해 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확실하게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의 단합된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연설 도중 원주 324 고지전에 참전해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고(故) 윌리엄 웨버 대령의 소녀 데인 웨버를 지목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 옆에 앉아 연설을 듣고 있던 데인 웨버 씨에게 윤 대통령은 일어서달라고 요청한 뒤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워싱턴D.C.=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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