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이주민 아이들 삶 다룬 영화 ‘토리와 로키타’

최예슬 2023. 4. 2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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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영화제가 찾아왔다.

지난해 완화된 거리두기 속에서 3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엔데믹 분위기 속에 개최됐다.

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 영화로는 '토리와 로키타'가 선정됐다.

60여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이들은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도 두 차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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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호평
개막식선 2000여명 관객 참가
코로나 공백 메우기엔 시간부족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된 27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의 두 주인공. 크리스틴 플레누스 제공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영화제가 찾아왔다. 지난해 완화된 거리두기 속에서 3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엔데믹 분위기 속에 개최됐다. 개막식을 찾은 영화 팬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의거리 곳곳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고, 영화제에 관한 관심도 작아졌던 지난 3년간의 공백을 메우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4회째를 맞는 이 영화제는 2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전북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 영화로는 ‘토리와 로키타’가 선정됐다. 아프리카에서 멀고 낯선 땅인 벨기에로 이주해 온 10대 소년, 소녀의 비참하고 필사적인 삶을 담았다.

열한 살인 토리와 열여섯 살 로키타는 보호자 없이 이주했다. 둘은 아프리카에서 넘어오는 배 안에서 만났다.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진짜 남매처럼 서로를 아끼고 위하며 살아간다. 힘든 날이 있어도 둘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고 힘을 얻었다. 로키타가 꿈꾼 건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일상이었다. 국가에서 체류증을 받아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토리와 함께 즐겁게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하지만 번번이 체류증 심사에서 떨어졌다. “왜 체류증을 주지 않을까”라는 토리의 질문에 로키타는 “우리는 환영 받지 못하잖아”라고 체념한 듯 답했다.

법과 제도에서 인정받지 못한 로키타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약 배달과 같은 불법적인 일이었다. 어렵게 번 돈은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거나 이주 브로커에게 진 빚을 갚는 데 썼다. 엄마도, 이주 브로커도 로키타에게 돈을 독촉했다. 그의 편인 어른은 한 명도 없었다.

가짜 체류증이라도 받기 위해 로키타는 마약 재배를 돕는 일을 시작한다. 이 비참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리와 함께 마약을 훔치지만 결국 들켰고, 비극적으로 죽임을 당한다.

연출을 맡은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은 이날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개막작 상영회 및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60여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이들은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도 두 차례 수상했다. 민성욱 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은 “동시대의 사회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 인간의 내면, 관계의 복잡성을 섬세하게 다룬다”고 소개했다. 장 피에르 감독은 “신문에서 많은 아이들이 유럽으로 넘어오면서 알게 모르게 사라져버린다는 걸 읽었다”며 “현대사회에서 갑자기 어린아이들이 사라져 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뤽 감독은 “우리 영화의 주인공은 외국인이자 부모가 없는 아이들로 사회의 가장 약자들이다. 이들이 어른 앞에 있을 때 어떤 어려움에 봉착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이 갖고 있는 세상이 어른들보다 더 고결하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에 토리가 ‘체류증만 있었다면 나는 학교에 갈 수 있었고 누나는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사회의 부도덕과 부조리에 대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은 이날 오후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렸다. 배우 진구·공승연이 MC로 나선 가운데 2000여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전주=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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