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美상하원 합동의회연설 "한미동맹, 미래 향해 전진…새 여정 동참해달라"
美, 자유·민주주의 위해 싸워…韓, 영웅 기억
한미동맹, 韓 자유·평화·번영 일군 중심축
군사 안보에서 경제·문화 등 협력 강화
자유민주주의 위기, 韓美공동 대응해야
북한 도발 중단 촉구…한미·한미일 협력 강화
우크라전쟁, 국제 규범 어겨…강력히 규탄
인태지역 韓에 매우 중요…호혜원칙으로 협력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이 미래를 향해 전진할 것이라며 "새로운 여정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한미 70주년 기념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갈 세계는 미래 세대들에게도 무한한 기회를 안겨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설 주제는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 (All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으로, 윤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미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운 두 차례의 세계대전, 6·25전쟁과 한미동맹 70주년의 세계사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은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이를 수호하는 데 앞장섰다"며 "제국주의 세력 간의 식민지 쟁탈전이 격화되면서 인류는 두 차례의 참혹한 대전을 겪었다. 미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개입을 택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로 인해 미국이 치른 희생은 적지 않았다. 맥아더 장군과 니미츠 제독이 활약한 태평양 전쟁에서만 10만명이 넘는 미국 국민이 전사했다"며 "그러나 이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전후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구축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세계 곳곳에서 평화와 번영을 일궜다"고 평가했다.
공산 전체주의 세력에 맞서 한국전에서 싸운 미국의 활약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1950년 한반도는 자유주의와 공산 전체주의가 충돌하는 최전선이었다. 소련의 사주를 받은 북한의 기습침략으로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가 위기에 빠졌다"며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사라질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 미국은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전에서 활약한 맥아더 장군, 니미츠 제독, 미 해병대 1사단을 비롯해 전사한 군인, 참전 용사 출신 의원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대한민국은 우리와 함께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해 해외에 지원하는 나라로 발돋움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폐허를 극복하고 번영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미국은 우리와 줄곧 함께했다"며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이었다"고 역설했다. 이어 "현대 세계사에서 '도움을 받은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인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의 성공 그 자체"라고 언급했다.
한강의 기적을 통해 1인당 소득 67달러의 전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점, 잿더미였던 수도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활기찬 디지털 국제도시, 전쟁 중 피난민이 넘쳤던 부산은 환적 물량 기준 세계 2위의 항만 도시가 된 점도 함께 거론했다.
일방적인 지원을 받는 관계가 아닌 상호 호혜적 관계로 미국이 발돋움한 점도 함께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설 중인 현대차 공장, SK실트론이 인수한 미시간주의 CSS 등을 언급하며 "또 다른 모범 협력 사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생충, 미나리 등 아카데미를 수상한 한국 작품과 탑건, 어벤져스 등 미국 작품이 서로 사랑 받는 점, 양국의 노래가 상대국가 차트 순위에 오르고 있는 점,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한국의 콘텐츠가 주목받는 점 등을 언급하며 "문화교류의 활성화로 양국 국민의 관계도 더욱 가까워졌다"고 거론했다.
현재 전 세계에 닥친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에도 한미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다.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우리는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난해 취임하면서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만들고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존경받는 나라, 자랑스러운 조국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소명을 밝혔다"며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도 도발을 멈출 것을 촉구하며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확실하게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의 단합된 의지가 중요하다.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는 지난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비핵화 프로세스로 전환한다면 북한의 민생과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며 "북한이 하루빨리 도발을 멈추고 올바른 길로 나오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사례를 언급하며 이들에게 자유를 전파하고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며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의 경험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 대한민국은 자유세계와 연대하여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들의 재건을 돕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이 한국의 번영에 매우 중요한 국가라고 언급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포용, 신뢰, 호혜의 원칙에 따라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인태 지역 내 규범 기반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주요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포괄적이고 중층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채택한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동맹'의 비전을 담은 공동성명과 관련해서도 전통적 군사안보 동맹에서 인공지능, 퀀텀, 바이오, 오픈랜 등 첨단 분야의 혁신을 함께 이끌어 나가는 동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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