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구 문제 해결 시한 5년도 안 남아

2023. 4. 2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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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회장·한미글로벌 회장

인구 감소로 대한민국이 소멸해가고 있다는 징후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방 소멸과 일손 부족이 대표적 현상이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에 절반이 ‘소멸 위험 지역’이고 인구가 3만 명을 밑돌아 서울의 동보다 적은 군이 20여 개나 된다. 작금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당초 예상했던 2030년도보다 더 이른 2025년쯤 대한민국 사회는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하고 인구 감소와 함께 지역 소멸 속도는 가속될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영향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농어촌은 제3국 노동자들이 유입되지 않으면 사실상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에 빠졌다. 전국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경우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대기업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며 조선업·건설업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산업의 현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 고령화·저출산에 총체적 위기
30년 내다보는 장기계획 필수
대통령이 키 잡고 직접 챙겨야

시론

통계청은 지금의 추세가 지속하면 2025년에는 합계 출산율이 0.52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의 경우 한국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0.78명)보다 훨씬 높은 1.3명인데도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해 1년 동안 인구가 약 78만 명가량 감소했고 빈집이 850만호(서울의 전체 주택 수 380만호)나 생겼다.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마을이 2015년 174곳이었는데 앞으로 3044개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일본 내각은 인구 문제 극복을 ‘국정 1호 과제’로 삼고, 출산과 육아를 국가가 책임지는 과감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의 일본 내수시장은 인구 감소 영향으로 1990년대 초의 70% 수준으로 축소됐고 각종 통계가 회복 불능 상황으로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 고령화 추세와 합계 출산율 등 각종 지표가 이미 일본을 추월했거나 조만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지만, 정치인과 기업은 물론 대다수 국민은 아직도 먼 나라 일인 것처럼 저출산에 의한 인구 감소에 무감각하거나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얼마 전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한 기업인 발제자는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모든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인구증가위원회’를 신설하고 산하에 인구청을 두자고 제안했다. 그는 ‘인구 증가 기본 계획’을 5개년 단위로 수립해 모두 6차에 걸쳐 30년 계획을 만들자는 획기적 제안으로 주목받았다.

이제 정치인들도 여야 구분 없이 나서야 한다. 지역구의 인구 증가를 정치인의 평가 지표로 삼도록 하고, 국회는 보육의 국가적 책임을 강화하도록 법 제도를 대폭 정비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청년들이 주택 문제 때문에 결혼을 안 하거나 미루는 일이 없도록 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새로 짜야 한다.

저출산 대책에 연간 4조~50조의 예산을 퍼붓는 점을 고려할 때 육아와 양육을 국가가 책임지고 양질의 청년 주택을 저가로 공급하면 결혼과 출산에서 조만간 가시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인구 정책에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며 과감하고 장기적인 투자다.

기업도 인구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인구 절벽 시대에 노동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인한 직접직인 피해 당사자는 기업임을 인식하고 출산과 육아 친화 정책을 앞장서 펼쳐야 한다. 이런 정책은 단순한 복지가 아닌 기업 생존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

정부는 육아 도우미와 외국 노동자 확보를 비롯한 정교한 이민 정책을 하루속히 수립해 노동력 부족에 대처해야 한다. 혼외 출산과 연간 100만 건으로 추산되는 낙태 문제 해결, 입양 활성화 등 공론화가 부족했던 이슈를 한국 사회가 수용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인구 문제의 세계적인 석학들은 대한민국이 인구 위기를 극복할 골든타임이 앞으로 5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인구 문제는 국가의 존립이 달린 문제이자 시대적 사명이다. 앞으로 국가 생존은 인구 회복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웃 일본이 인구 정책 실패로 인해 겪는 고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기업과 국회는 물론 무엇보다 대통령이 직접 인구 문제를 챙기고 앞장서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종훈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회장·한미글로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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