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중국의 비난에 조급함이 묻어난다
‘강철동맹’을 외치는 한·미 정상을 지켜본 중국의 불안감은 흉기 같은 거친 언사로 뿜어져 나왔다. 사드 사태 이후 잠잠했던 한·중 관계가 다시 격랑에 빠져들 분위기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27일 ‘대세는 거스르기 힘들 것’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그는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가장 비우호적인 한국 대통령이자 한국 사회의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실질적인 선동자 중 한 명”이라며 “한국을 악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고 직격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중국 문화에서 정의하는 소인배로 도덕성이 부족하고 전략적 몽유병 환자처럼 행동한다”며 “중국은 그와 같은 정치인들을 질책하고 결코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미국의 ‘전략적 볼모’로 전락하게 했다면서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과격한 언사다. 중국 ‘전랑(戰狼)’ 언론의 대표격인 그는 소셜미디어 2476만 명의 팔로워를 이끌고 당국의 의중대로 여론을 추동해 왔다. “중국은 전략적 결단을 유지해 윤 정부와 춤도 추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에선 이후 중국의 반격을 짐작하게 한다.
중국의 태도에 일단 우리 정부는 할 말은 하겠다는 기조다. 중국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에 대해 지난 20일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무례한 발언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일본에 무릎 꿇었다”는 중국 매체 보도엔 “오만이 도를 넘었다”고 발끈했다. 반박과 더불어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은 안 된다”는 발언에 흥분한 중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우리 외교부의 응수는 시의적절했다. 당사국 모두에 해당하는 원론적인 발언에 흥분해 중국이 외교적 예의마저 잃었다는 인상만 남겼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도 한미공동성명을 문제삼아 “대만 문제에서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가지 마라”고 경고했다.
한ㆍ미간 반도체 협력을 두고 “미국 명령을 따르면 한국 기업에 피해가 갈 것”이란 중국의 반응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제안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칩 부족분을 채워주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칩 수입량이 줄어드는 중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급해진 중국이 에둘러 한국을 압박한 셈이다.
한·미 회담 이후 중국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북한 문제와 수출 기업 제재 등 중국이 쓸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다. 중국이 받는 압력이 커질수록 반격의 강도도 세질 수 있다.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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