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강철동맹 위하여” 건배사…노래도 열창 기립박수
“오늘 우리는 한·미 동맹에 대한 신뢰와 협력 의지가 강철 같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중략) 우리의 강철 같은 동맹을 위하여!”(윤석열 대통령)
26일 저녁(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윤 대통령 부부를 위해 마련한 국빈 만찬은 한·미 동맹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화합의 자리로 진행됐다.
대통령실과 백악관 풀 기자단에 따르면 이날 만찬은 오후 8시30분쯤 시작됐다. 턱시도와 나비넥타이 복장으로 연단에 나란히 선 두 정상은 화이트 와인 잔을 들고 “우리 파트너십과 우리 국민, 한국과 미국이 함께 만들어 갈 가능성과 미래를 위하여! 우리가 앞으로 170년 더 함께할 수 있기를!”이라고 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의 각별한 우정을 바탕으로 앞으로 한·미 동맹을 크게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윤 대통령은 “앞으로 한·미 동맹은 현재의 복합 위기에 대응해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한 뒤 “강철 같은 동맹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다.
윤 대통령 부부가 만찬장에 들어설 때는 미국 의장대가 도열해 있었고, 현관 양옆 벽에는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가 걸려 있었다. 현관 좌우, 중앙 테이블에는 제주 왕벚꽃 장식이 놓였다. “손님들이 벚꽃 아래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는 질 바이든 여사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두 정상이 건배사를 한 연단의 배경 장식은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인 단청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만찬 요리는 한국계 에드워드 리 셰프가 준비했다. 메인 요리는 게살 케이크와 소갈비찜으로, 된장 캐러멜 소스를 얹은 바나나 스플릿이 함께 제공됐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뿌리인 아일랜드를 언급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윤 대통령은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가 번역한 『베오울프』의 격언 “존경받는 행동이야말로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힘을 얻는 길”을 언급한 데 이어 “우정은 네 잎 클로버와 같아서 찾기는 어렵지만 일단 갖게 되면 행운이 된다”는 아일랜드 속담도 인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활짝 웃으며 윤 대통령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만찬 이후 음악 공연 중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내빈들이 윤 대통령에게 노래를 요청하자 윤 대통령은 학창 시절 애창곡인 미국 싱어송라이터 돈 매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도 “아메리칸 파이가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인 걸 안다”며 “내 아들들도 어렸을 때 이 노래를 좋아했다”고 했다. 2015년 뇌종양 투병 끝에 숨진 장남 보 바이든이 즐겨 부르던 노래였기 때문이다. 1분간 피아노 연주에 맞춘 열창이 끝나자 내빈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매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했다.
이날 자리에는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 최고위 관료들과 참모, 정치인, 경제인 등 유명 인사 200명이 함께했다. 할리우드 톱스타 앤젤리나 졸리,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 소설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 스노보드 올림픽 금메달 2관왕 클로이 김, 월가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최고경영자(CEO) 조셉 배 등이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도 함께했다.
앞서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후 워싱턴DC 대한제국 공사관에서 북한 억류 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를 만났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임선영·이유정 기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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