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대란 부를 간호법 강행 처리, 대결 접고 합의로 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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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간호법·쌍특검 등 갈등 법안 단독 처리
의사 총파업 우려 커져, 여야 타협안 찾아야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간호법을 단독 처리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우려가 커졌다.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의료 단체는 간호법 처리에 극력 반발하면서 총파업을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공언했고, 민주당은 재의결로 맞서겠다고 받아쳤다. 이에 따라 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재투표→부결 수순을 밟았던 양곡관리법에 이어 또다시 정부와 입법부 간 극한 대립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의료계 직역 간의 고질적인 갈등에다 총선을 의식한 야당의 포퓰리즘 전략이 얽힌 결과다. 간호법처럼 갈등이 첨예한 법안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 처리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여야는 2021년 3월 간호법이 발의된 이래 2년이 넘도록 상임위 논의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 민주당이 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내용의 간호법을 지난 2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다수 의석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하면서 사달이 났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유도해 의료계 표를 두 쪽 내려는 의도라는 의심도 받는다.
게다가 민주당은 여권이 반대해 온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특검’도 이날 패스트트랙에 지정했다. 총선 직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논란을 유도하기 위해 합의 처리 대신 입법 폭주를 택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여당도 제 역할을 못 한 책임이 크다. 적절한 타협안을 제시하지 못해 파국을 초래한 데다 대통령에게 연달아 거부권을 행사하는 부담을 지워 정국 경색을 불러올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은 아랑곳없이 다툼만 계속해온 의료계 또한 문제다. 열악한 근로 환경과 임금 탓에 이직률이 70%에 달하는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 필요성은 분명하다. 대한간호협회는 의료법에서 간호 직역을 독립시킨 간호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간호법은 노동조건·인권침해 금지 규정이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간호조무사들이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는 등 문제점도 발생한다. 간호법에 대해 반대로만 일관해 온 의사협회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의협은 이 법이 발효되면 간호사가 의료 행위는 물론 단독 개원까지 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의 직역 이기주의와 야당의 입법 폭주, 여당의 무능이 빚은 간호법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다. 간호법 통과에 반발하는 의사·간호조무사들의 총파업으로 의료대란이 일어나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게 된다. 이제라도 여야와 의료계는 냉정을 되찾고 힘겨루기 대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의료계가 동의하는 가운데 여야가 합의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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