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탠퍼드 컴공 정원 604명 늘릴 때, 서울대는 25명뿐

2023. 4. 2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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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등 인공지능과 반도체 산업이 커지면서 해당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첨단학과 증원은 옳지만 학내 구조조정 동반해야


지방대 반도체학과 미달인데 선정률은 수도권 5배


어제 교육부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학과의 정원을 1829명 늘린다고 발표했다. 서울대도 1990년 이후 처음 218명을 증원한다. 핵심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전공을 만들거나 정원을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오히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전공 이기주의에 발목 잡혀 필요한 학과를 제때 신설하지 못하고 증원할 수 없어 문제였다.

지난 10여 년 동안 급속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수요가 급증하자 미국 스탠퍼드대는 컴퓨터공학과 입학정원을 2008년 141명에서 현재 745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서울대는 같은 기간 55명에서 80명으로 증원하는 데 그쳤다. 다른 대학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지난 몇 년간 기업들은 제때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심각한 인력난을 겪었다.

AI가 일상 깊이 파고들고 사회 전반이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지만, 대학의 전공 구조는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다. 2018~2020년 삼성전자·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 신입사원의 80%가량이 이공계였는데, 2021년 4년제 대학 졸업생은 인문계(43.5%)가 이공계(37.7%)보다 여전히 많다. 고교에선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과 선택 비율이 높았지만, 대학만 시장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런 차원에서 이번 첨단학과 증원은 의미가 크다. 나날이 늘어가는 디지털 인재 수요를 대학이 적극 채워줘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은 경쟁력 있는 상위권 우수 학과만 증원을 허용한 반면, 지방대는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신청 대학 대부분을 허가해줬다. 수도권은 요청 정원의 14.2%, 지방은 77.4%가 증원됐다. 그러나 지방대 반도체학과는 충원율이 81.1%(2022년)밖에 안 돼 지금도 미달이다.

내년 대학 입학자원(37만 명)은 5만 명이 줄어든다. 신입생이 대입정원(47만 명)보다 10만 명이나 부족한 상황에서 정원 감축은커녕 늘리기만 해선 곤란하다. 이는 소위 명문대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수요가 부족한 전공을 통폐합하는 등 유연한 학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서울대가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쉽게 늘릴 수 없던 것도 사회적 수요가 부족한 학과의 정원을 줄이지 못해서였다.

대학의 어원이 된 ‘univérsĭtas’는 라틴어로 협동체를 뜻한다. 11세기 이탈리아에서 청년들이 법학·논리학 등 필요한 공부를 위해 전문가들을 초청하고 모임을 가졌던 것(볼로냐대)에서 유래했다. 학생들이 직접 교수를 채용하고, 수요가 없으면 내보냈다. 대학의 본령은 여전히 학생과 사회가 원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필요한 전공은 늘리고, 수요가 낮은 전공은 줄이는 학과의 구조조정이 유연하게 이뤄져야만 대학과 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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