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Collection] 명품 패션과 가구의 경계를 허물다
베르사체, 2023밀라노디자인위크 참가
이탈리아식 화려함 깃든 제품 선보여
명품 브랜드의 홈 컬렉션 진출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이제 사람들은 옷이나 신발·가방으로 개성을 표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사는 공간을 브랜드의 상징적 패턴으로 감싸거나 디자이너의 감각을 더한 홈 컬렉션으로 꾸미는 데 상당한 신경을 쓴다. 특히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최근 몇 년간은 공간 꾸미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집을 공개하는 경향도 홈 컬렉션 시장이 성장하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
베르사체는 홈 컬렉션 출시 대열에 일찌감치 들어선 브랜드다. 1992년 가정용 텍스타일 컬렉션과 도자기 컬렉션이 시작이었다. 1994년부터는 가구 컬렉션을 출시하며 홈 컬렉션의 규모를 키워 나갔다. 브랜드의 디자인 요소인 메두사 머리, 바로코 모티브 패턴을 홈 컬렉션 제품에 덧입혔고, 계절마다 새 옷을 출시하듯 매년 새로운 제품을 추가했다. 패션 브랜드가 30년 넘게 꾸준히 홈 컬렉션을 선보이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베르사체는 지난 4월 18~23일까지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가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올해로 61회를 맞은 세계 최대의 디자인 박람회 중 하나다. 1961년 이탈리아 가구 산업 육성을 위해 시작했지만 1980년대부터는 디자인 산업 전체로 박람회 범위를 넓혔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꽃이라 불리는 가구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delMoblie)’가 열리는 피에라 밀라노 전시장에 베르사체는 500㎡(약 150평) 규모의 부스를 세웠다. 빛을 반사하는 천장 아래 실크 크레이프 직물로 만든 패널로 설치하고, 패널 뒤로 조명을 쏴 블랙박스 형태로 완성했다. 그 공간 안에 홈 컬렉션 제품을 배치하니 마치 극장을 연상시키듯 장관이 연출됐다.
베르사체는 럭셔리 리빙 그룹(Luxury Living Group)과 손잡고 홈 컬렉션을 완성한다. 자체 브랜드를 비롯해 벤틀리·부가티 등 명품 자동차 브랜드와 돌체앤가바나, 트루사르디 등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의 가구를 제작하는 회사다. 올해의 제품 디자인은 브랜드의 총괄 디렉터인 도나텔라 베르사체(Donatella Versace)의 지휘 아래 이탈리아 ps+a 디자인 건축 스튜디오의 건축가 로베르토 팔롬바와 루도비카 세라피니가 맡았다.
젠세이셔널(Zensational) 모듈형 소파는 새 베르사체 홈 컬렉션의 핵심 아이템이다. 모듈형 가구는 유닛 형태의 여러 가구를 원하는 방식으로 조립하거나 배치해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디자이너는 각각의 유닛(혹은 모듈)을 기하학적 외관으로 설계했다. 각 유닛은 소재·패턴·모양이 다르며, 모서리 부분을 유선형으로 처리해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베르사체 특유의 화려한 바로크 패턴과 함께 악어가죽을 연상시키는 소가죽 소재는 브랜드의 2023년 가을·겨울 의상 컬렉션에도 확인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의 창의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디스커버리(Discovery) 컬렉션은 브랜드의 이름 첫 글자인 V를 떠오르게 헤링본 패턴이 특징이다. 소파·카우치에 어울리는 테이블 등으로 구성한다. 스틸레토(Stiletto) 라인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스틸레토 힐에서 영감을 받아 다릿발을 디자인한 제품군이다. 편안하고 안락한 착석감과 현대적인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다. 이 밖에도 베르사체는 LED 테이블 램프 혹은 샹들리에를 추가하고 시그너처(Signature)·라 메두사(La Medusa) 등 기존 라인업 제품의 소재를 바꾸며 홈 컬렉션 전체 구성을 더욱 견고하게 매만졌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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