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4명도 뚫었다, 이강인 누가 막을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무대에서 활약 중인 미드필더 이강인(22·마요르카)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동안 ‘유망주’ 수준에 머물렀다면 올 시즌엔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분위기다. 소속팀 주전을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떠올랐다.
이강인은 27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시비타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프리메라리가 31라운드 원정경기에 후반 11분 교체 투입돼 35분 가까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소속팀 마요르카가 1-3으로 패했지만, 이강인은 짧고 굵은 활약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강인은 이날 2개의 슈팅을 기록했고 2차례의 드리블 돌파를 선보였다. 성공률 81%에 이르는 순도 높은 패스가 돋보였다. 상대 선수와 5차례 경합해 4차례 볼을 따내는 등 투지도 남달랐다.
후반 30분에는 리오넬 메시(35·파리생제르맹)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돌파로 관중의 갈채를 받았다. 상대 진영 왼쪽 지역에서 볼을 잡은 뒤 드리블을 시작해 수비수 두 명을 따돌린 뒤 상대 페널티 박스 내 왼쪽 지역에서 또 다른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왼발 슈팅까지 시도했다. 수비수 몸 맞고 굴절돼 득점 대신 코너킥을 얻어내는 데 그쳤지만, 상대 수비수 4명을 농락한 돌파와 슈팅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 23일 헤타페전에서 기록한 60m 드리블 골이 단독 돌파였던 것과 달리 이번엔 앞에서 막아서는 수비수들을 줄줄이 제치고 슈팅 찬스까지 만들어냈다. ‘축구의 신’ 메시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움직임이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경기 후 이강인에게 마요르카 선수 중 가장 높은 별점 2개(3개가 만점)를 부여하면서 “후반 교체 출전은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의 뜻이었다. 올 시즌 들어 풀타임 소화 횟수가 부쩍 늘어난 이강인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 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강인은 ‘미완의 천재’로 불렸다. 6세 때 TV 프로그램(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축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고, 지난 2019년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며 대회 MVP로 선정됐지만, ‘좀처럼 틀을 깨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모두 ‘패스는 좋지만, 스피드가 느리고 수비 가담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로 이적한 게 반전의 계기가 됐다. 공격 구심점 자리를 꿰찬 올 시즌엔 30경기 중 27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늘어난 출전 시간에 비례해 기량도 상승했다. 예전엔 정확히 찔러 넣는 패스에 주력했는데 올 시즌엔 공간을 직접 파고드는 플레이로 상대 진영을 휘젓는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큰물’을 경험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유럽 무대에서 이강인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은 지난 26일 ‘이달의 선수’ 후보를 공개하며 앙투안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마르코 아센시오(레알 마드리드) 등 정상급 플레이어 6명과 함께 이강인을 포함시켰다. 축구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지난 19일 유럽 5대리그 주간 베스트11을 선정하며 미드필더 부문에 이강인의 이름을 올렸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내와 일본여행 온 중국인 소방관…도쿄 한복판서 20대 성폭행 | 중앙일보
- '도를 아십니까' 따라가봤다…진용진 머릿속을 알려드림 | 중앙일보
- 김건희 여사, 만찬서 졸리와 건배...똑닮은 화이트 드레스코드 | 중앙일보
- "이 괴물이면 신붓감 탈락"…짝짓기 몰려간 중국 남성들 내건 조건 | 중앙일보
- 같은 그 브랜드인데...그날 이재용 딸 '하객룩' 느낌 달랐던 이유 [더 하이엔드] | 중앙일보
- 수단 혼란 틈타 사라졌다…'40만명 대학살' 독재자 또다른 범죄 [후후월드] | 중앙일보
- "여친 귀싸대기 날렸다"…JMS 정명석과 싸움 결심한 28년전 그날 | 중앙일보
- "발음·매너·유머 빠질 게 없다"...네티즌 깜놀한 尹영어 실력 | 중앙일보
- 검찰에 되레 "명단 까라"…총선 앞 '돈봉투' 확산 벌벌 떠는 野 | 중앙일보
- "가정생활 파탄"…간호조무사 수술에, 남성 환자 40명 당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