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바이든, 12개 요리 시식…셋 낙점”
“2월 말, 3월 초께 백악관에서 연락받았을 때는 얼떨떨해 실감나지 않았어요. 대통령이 한 명도 아닌 두 명에다 손님 200명 한분 한분이 VIP인 행사는 처음이니까요. 어머니께 가장 먼저 소식을 전했죠. 내가 해냈다는 걸 보란 듯 자랑하고 싶었거든요.”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위해 마련한 국빈만찬에 게스트 셰프로 활약한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51) 셰프의 말이다. 그는 이날 질 바이든 여사, 크리스 커머포드 백악관 수석셰프 등과 함께 ‘고추장 비네그렛’을 곁들인 크랩 케이크 전채, 깻잎 오일을 얹어 뭉근하게 끓인 갈비 요리, ‘된장 캐러멜’ 소스를 뿌린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냈다. 그가 바이든 여사와 함께 짠 메뉴다.
지난 25일 워싱턴DC에서 운영하는 남부 음식점 수코태시에서 만난 리 셰프는 “바이든 여사와 12개 이상 요리를 만들어 시식했고, 그중 셋을 최종 선택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빈만찬은 미국의 진수를 외국 손님에게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전통 미국 요리에 한국적 터치를 가미한 콘셉트를 잡았어요.”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는 바쁜 부모 대신 할머니가 해주는 한국 음식을 먹고 자랐다고 했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밑반찬부터 김장까지 모든 걸 집에서 했어요.” 할머니가 요리하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익힌 게 미국 요리에 한국적 감각을 얹은 시그니처 스타일 탄생의 바탕이 됐다. 한국에서 이민 온 부모는 사탕 가게부터 세탁소까지 닥치는 대로 일하며 남매를 키웠다. 어려서부터 요리가 좋았지만, 부모 반대로 뉴욕대 영문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너무 커져 버린 꿈, 요리에 대한 열정을 접을 수 없었다. 요리학교 대신 뉴욕 레스토랑을 전전하며 독학으로 요리를 배웠다. “요리학교에 일주일 다녔는데, 내가 이미 아는 걸 가르치길래 그만뒀어요. 14살 때부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서빙부터 설거지, 요리까지 다 경험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울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웬만한 음식은 레시피 없이도 그대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1998년 25세 때 맨해튼에 한식 퓨전 식당을 열었다. 뉴욕타임스와 보그 잡지에 소개될 정도로 인정받았고, 장사도 잘됐다. 하지만 2001년 9·11 테러가 터지자 문 닫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 여행을 시작했어요. 경마대회 ‘켄터키 더비’를 보러 갔다가 매료돼 켄터키에 정착했고 남부 요리를 배웠어요.”
TV 요리 경연대회 ‘톱 셰프’ 등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요리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재단’ 최우수 셰프 후보에 여섯 차례 올랐다.
요리사가 된 후 한국 제철 식재료와 음식, 문화를 공부하러 한국을 자주 찾았다. 창의적인 국빈만찬 메뉴는 한국적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바이든 여사 역시 그를 만찬 게스트 셰프로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의 요리 스타일은 한인 가족, 나고 자란 뉴욕, 집이 있는 켄터키주에서 받은 영향을 반영합니다. 그의 엄청난 재능을 누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리 셰프는 바이든 여사가 음식 맛뿐 만 아니라 색감 조화부터 식기, 테이블 세팅, 꽃장식까지 세심하게 챙겼다고 전했다. 리 셰프는 “퍼스트레이디는 추구하는 방향성과 의제가 매우 직접적이고 명확한 편이어서 함께 일하기 즐거웠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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