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허위선동, 민주주의 위협" 영어 연설…美 의원들 셀카 요청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한미 동맹은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군 중심 축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워싱턴DC 미국 의회에서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을 주제로 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한미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언급하며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치른 희생은 매우 컸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전쟁의 영웅 고(故) 윌리엄 웨버 미국 예비역 육군 대령의 손녀를 소개하자, 자리에 앉아있던 상·하원 의원들은 일어나 박수를 쳤다. 함께 박수를 치는 김건희 여사의 모습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자리에 앉아있던 상·하원 의원들은 또다시 기립박수를 쳤고, 윤 대통령은 손을 들어 “땡큐”라며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번영한 한국에 미국은 줄곧 함께 했다”며 “한미동맹의 70주년을 축하했다.
이어 “한국은 원조를 받다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이자, 소득 567달러의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잿더미의 서울은 70년이 지나 활기찬 디지털 국제도시로 변했다”며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숨쉬는 활력 넘치는 나라”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70년 한미 동맹은 군사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상호 호혜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호혜적 한미 경제협력이 곳곳서 이어지도록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문화 콘텐트와 관련해선 “국적과 언어를 넘어 이해와 우정의 촉매재가 된다”며 “‘기생충’과 ‘미나리’는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고 한국에서는 ‘어벤저스’와 ‘탑건 매버릭’ 같은 영화가 인기다. 나도 ‘탑건’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제 이름은 몰라도 BTS와 블랙핑크는 아실 것”이라며 “BTS는 나보다 먼저 백악관에 왔지만, 의사당에는 내가 먼저 입성했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결정은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한다”며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뿐 아니라 법의 지배 또한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가운데 “한국은 미국과 함께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있으며,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것을 북한에게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고, 의회에선 또다시 의원들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울러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선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라며 “무력공격을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한미동맹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보고, 미래 동맹의 청사진을 미국 정계에 제시하는 내용을 담아 영어로 약 45분간 진행됐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0년 만에 미국 의회 합동 연설이며, 영어 연설은 역대 5번째다.
연설 과정에서는 수 차례 의원들의 기립박수와 함께 환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후에는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고, 의원들이 직접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셀카’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의회 연설을 마친 윤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블링컨 국무장관이 주최하는 국빈 오찬에 참석한 뒤, 미군 수뇌부로부터 정세 브리핑을 직접 받는다.
윤대통령은 이후 워싱턴 일정을 마무리하고 보스턴으로 이동한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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