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열창곡, 숨진 바이든 장남이 좋아한 노래…졸리도 깜짝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백악관 만찬에서 1970년대 빌보드 히트곡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한 데 대해 현지 매체들도 주목했다.
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공연에 이어 직접 무대에 올라 미국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이 1971년 말 발표한 이 노래를 불렀다.
AFP통신은 앙코르곡에 아메리칸 파이가 추가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리는 ‘아메리칸 파이’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라는 걸 알고 있다”며 윤 대통령을 무대 위로 이끌었다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사실”이라며 학창시절 이 곡을 사랑했다고 화답했고, 바이든 대통령의 “당신이 노래 부르는 것을 듣고 싶다”는 말에 “오랜만이지만”이라며 마이크를 넘겨받아 노래를 시작했다.
이때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들이 어렸을 때 이 노래를 좋아했고, 가사 중 ‘위스키 앤 라이(whiskey 'n rye)’를 ‘위스키 앤 드라이(whisky and dry)’로 바꿔 불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2남 1녀가 있었으나 큰아들이자 정치적 후계자로 꼽혔던 보 바이든은 2015년 46세의 나이로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 만큼 이 노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곡으로 보인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윤 대통령이 “A long, long time ago”(아주, 아주 오래전에)로 시작하는 첫 소절을 부르는 부분부터 영상을 편집해 일제히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윤 대통령이 노래를 시작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며 활짝 웃었고 장내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배우 앤젤리나 졸리를 비롯한 만찬 참석자들이 이에 깜짝 놀라면서 윤 대통령에게 모든 이목이 쏠렸다고 보도했다.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으며 흥겨워하던 참석자들은 1분가량 노래가 끝나자 윤 대통령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던 바이든 대통령은 청중을 향해 선 뒤 윤 대통령을 가리키며 “다음번 국빈 만찬에서도 이런 즐거움을 기대하겠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신이 노래를 잘할 줄은 몰랐다”라고도 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윤 대통령 열창 뒤 마이크를 건네받은 바이든 대통령이 “나에게 노래할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해 참석자들은 또 한 번 폭소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아메리칸 파이를 작곡하고 부른 돈 맥클린의 친필 서명이 담긴 기타를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백악관 출입기자인 블룸버그 통신 소속 조던 파비안 기자 등 일부 참석자들이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면서 윤 대통령의 노래 영상은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 기자가 올린 동영상은 한국시간으로 27일 오후 9시 40분 현재 49만7000회 재생됐다.
윤 대통령은 이 노래에 대해 품격 있었던 1950년대 미국 사회가 1960년대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마틴 루터킹 목사 암살, 반전, 히피(hippie) 등을 겪으며 혼돈에 빠진 상황을 노래한 가장 미국적인 노래라고 생각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대통령은 바이든 부부의 정성스런 만찬 준비와 미국 역사에 대한 존중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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