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급감하는 PC방…청소년 문화의 상징에서 ‘사양 산업’으로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4. 2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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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7일 오후 7시, 서울특별시 마포구 소재 한 PC방. 학생들 몇몇이 앉은 자리를 제외하면 대부분 좌석이 빈 상태다. 100석이 넘는 자리에서 사용 중인 곳은 12석에 불과하다. 과거처럼 요란한 게임 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몇몇 손님의 마우스와 키보드 소리, 카운터에 위치한 아르바이트생이 먹거리를 준비하는 소리가 전부다. 그나마 오후 10시가 넘어 청소년 퇴장 시간이 지난 후에는 마우스 소리마저 사라진다. 100개 넘는 좌석 중 가장자리 4곳 말고는 모든 좌석이 텅 비었다. PC방 직원은 “코로나 전에는 좌석이 꽉 찰 때도 있었는데 확실히 손님이 줄었다. 최근 좌석 절반 이상 찼을 때는 수강 신청 시기가 유일했던 것 같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 4월 18일 오전 8시, 경기도 한 PC방. 아침부터 음식을 준비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게 업종은 ‘PC방’이지만 내부 카운터 모습은 일반 식당 주방과 유사하다. 메뉴도 단순한 분식이 아니다. 뼈해장국부터 돈가스까지, 한식과 경양식을 넘나든다. 국을 끓이는 점주 모습과 분주하게 음식을 실어 나르는 직원 모습을 보고 있자면 ‘PC방이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PC방 점주는 “PC방이 자릿세로 돈 버는 시대는 일찌감치 끝났다. 싼 자릿세로 손님을 유인한 뒤 음식을 팔아야 이익이 남는다. 사실상 외식 산업이 된 지 오래다”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문화의 ‘상징’으로 불리던 PC방이 사라져간다. 사진은 텅 빈 PC방. (매경DB)
한때 대한민국 청소년 문화의 ‘상징’으로 불렸던 PC방이 사라져간다. 과거 위상은 사라진 채, 창업 시 주의해야 할 사양 산업이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PC방 운영업 종사자 수는 2019년 4만8810명, 2020년 3만8154명, 2021년 3만5738명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한때 평균 25%를 훌쩍 넘겼던 PC방 이용률은 2023년 현재 17~19%에 머무른다. PC방 이용률은 전체 게임 이용자 중 PC방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비중을 뜻한다. 인기가 줄어드니 폐업하는 숫자도 급증한다. 사업을 포기하지 않은 점주들은 사실상 ‘업종 변경’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자리 매출보다는 음식과 커피로 매상을 올리거나 숍인숍 형태로 ‘코인노래방’을 들여오는 식이다.

잘나가던 PC방 몰락 이유는

코로나19 직격탄, PC 게임 부재

PC방 산업이 급격히 쇠락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코로나19 유행의 직격탄, 급격한 인플레이션, 인기 PC 게임의 부재가 PC방업계를 덮친 영향이 컸다.

PC방 점포 수 급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코로나19 유행’이었다. 2020년 중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되면서 PC방은 영업 중단 조치의 직격탄을 맞았다. 초기 정부는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이는 실내 장소로 PC방을 지정, 영업을 중단하게 했다. 이후 부분적으로 영업 제한이 풀리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24시간 영업은 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PC방은 다른 업종에 비해 공간이 크다. 자리를 많이 만들어 손님을 대규모로 받아야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공간 규모가 크다는 뜻은 타 업종보다 임대료가 비싸다는 이야기다. 24시간 내내 손님이 들어오고, 음식과 커피를 비롯한 음식료가 팔려야만 수익이 남는다. 이용객이 없어 수입은 없는데 부담해야 할 임대료는 그대로다 보니 점주들은 자연스레 폐업 수순을 밟았다. 같은 기간 ‘코인 채굴 열풍’이 불었던 점도 폐업을 부추겼다. 수입도 없는 가게를 운영하는 대신 코인 채굴로 돈을 버는 방법을 택한 점주가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1만개가 넘었던 PC방 점포 수는 현재 6000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자 인플레이션이 말썽을 피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PC방은 넓은 공간에서 다수의 고사양 PC가 돌아간다. 공간이 크기 때문에 난방비가 많이 들고, 컴퓨터가 많아 전기 사용량이 높다. 두 요금이 오른다는 뜻은 운영비가 급등한다는 뜻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수익 회복세는 더디다. PC방 요금은 50분에 1000원이다. 10년 전과 여전히 같은 가격을 유지 중이다. 가격에 민감한 젊은 층이 주요 손님인 탓에 가격을 급격히 올리기 힘들다.

게임 산업 변화는 PC방 산업 몰락을 ‘가속화’시켰다. 2016년부터 국내 게임 산업은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게임사들은 신작 PC 게임을 만드는 대신 모바일 게임 개발에 집중했다. 모바일 게임은 PC 게임보다 개발 비용이 저렴했고, 수익성도 높았다. 이용자들을 끌어모을 대형 PC 게임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게임 이용자 발길이 자연스레 끊겼다. 2023년 기준 국내 PC방 점유율 1위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2년이 넘은 게임이다. PC방 이용률이 높은 상위 5개 게임 중 ‘발로란트’를 제외하면 모두 서비스 기간이 5년이 넘는 오래된 게임이다.

코로나19 유행은 PC방 점포 수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매경DB)
PC방 사업 어떻게 변할까

양극화·멀티플렉스化 심해질 것

업계 종사자들은 PC방 산업에서 ‘양극화’와 ‘멀티플렉스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춘 대형 PC방과 음식료 서비스와 노래방 등 부대시설을 갖춘 고급 PC방 위주로 사업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PC방 창업 트렌드는 ‘규모의 경제’다. 객단가가 낮은 산업 특성상 초기에 많은 자본을 투입, 대규모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곳이 살아남고 있다. PC방은 타 업종에 비해 자본력이 중요하다. 카페나 외식업의 경우 자본이 적어도 매장 위치, 맛, 개성 등으로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

그러나 PC방은 상황이 다르다. PC방 경쟁력은 시설과 컴퓨터 사양 등에서 나온다. 이 방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다.

창톡 플랫폼에서 PC방 창업 고수로 활동 중인 양승환 나나바바 카페 대표는 “현재 PC방 창업은 ‘돈 싸움’이다. 자본 투자가 많이 있으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객단가가 워낙에 낮은 PC방의 사업 특성상 대규모로 사업체를 운영해 최대한 많은 손님을 확보할 수 있으면 좋다. PC방 이용자가 줄기는 해도 아직 고정 수요는 남아 있다. 성능 좋은 컴퓨터를 많이 확보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가게는 업황과 상관없이 성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PC방 공간 안에 식당·카페·노래방을 갖춘 ‘멀티플렉스 PC방’으로 변화를 꾀하는 곳도 많다. 2022 게임백서에 따르면, 주 업종인 PC방 외에도 휴게음식점, 아케이드 게임 운영, 노래방 등 다른 영업을 같이하는 복합유통 비중이 2019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높아졌다. 2019년에는 7.8%에 불과했던 복합유통 비중은 2020년에 57.8%로 상승했다. 2021년에는 64.6%까지 올랐다.

“PC방은 최근 들어 멀티플렉스라는 이름 아래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부수입을 얻는 것이 중요해졌다. 게임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양승환 대표의 분석은 눈길을 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6호 (2023.04.26~2023.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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