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못 먹게 ‘법’으로 막는다고? [민심으로 보는 세상]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4. 2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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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안이 있다. 바로 ‘개 식용 금지’다. 개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아예 법제화를 하자는 주장이다. 단순히 식용 금지 권유를 넘어 강제로 못 먹게 하자는 의견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강하게 표출되는 모양새다.

여야가 ‘개고기 식용 금지 반대’에 목소리를 높인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 (연합뉴스)
해당 사안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다. 김 여사는 비공개로 열린 동물보호단체와의 간담회에서 ‘개 식용 문화 종식’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부인의 발언에 맞춰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개 식용 금지법을 발의했다. 야당도 나섰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4월 13일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개 식용’ 논란을 끝내기 위해 당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는 특별법을 발표했다.

특히 김 의장은 이 법을 ‘손흥민 차별 예방법’이라 이름을 붙여 주목을 받았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한국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실제로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유럽과 미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 차별 표현으로 자주 쓰이고는 했다. 일례로 영국 EPL에서 활약했던 박지성은 물론, 현재도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 모두 상대팀 팬에게 개를 먹는다는 인종 차별적 표현을 들어야만 했다. 김 의장은 “손흥민에 대한 차별과 야유 소재가 된 (개 식용) 빌미도 근절해야 한다. 아이와 찍은 사진보다 반려동물과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더 많이 올리는 시대에 개 식용 논란은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미 사라져가는 개 식용 문화를 굳이 금지해야 하냐는 반발이 만만찮다. 실제로 닐슨코리아가 지난해 10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년간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다고 밝힌 사람은 16.7%에 그쳤다.

여론의 과반수는 ‘개 식용 금지’를 강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회원 20만명을 거느린 정치 커뮤니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가 ‘개 식용 금지법 논의,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응답자 374명) 응답자 60.2%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법안 찬성 여론은 15%에 그쳤다.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로 “문화는 문화로 봐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중도진보 성향의 40대 남성은 “뭘 먹든 남한테 피해 안 주면 되지 않는가. 유럽이 개를 먹으면 야만인이라고 하면 그게 기준인가”라고 강조했다. 다른 20대 남성은 “이러다 소, 돼지도 불쌍하니 인공육만 합법화되겠다. 관리 시스템만 갖추면 될 일을 왜 크게 만드나”라고 주장했다. 이미 사라지는 문화를 왜 강제하냐는 의견을 밝힌 이도 다수다. 보수 성향의 30대 남성은 “이런 걸 죄다 규제와 강제로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리고 이미 내버려둬도 사장돼가고 있는 것을 뭐 하러 들쑤셔서 반발감을 조성하는가”라고 주장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6호 (2023.04.26~2023.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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