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봇물 터지는 민간임대주택…비싼 임대료에 분양 전환도 불투명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 5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으면 한국거래소 사거리가 등장한다. 이곳에서는 양쪽으로 번듯한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의도역을 등지고 왼쪽에는 이미 여의도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더현대 서울’이 위치했다. 오른쪽에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중소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띈다. 아직 건물이 완공되지 않았지만 외관 등은 사실상 마무리 상태다. 바로 ‘브라이튼여의도’다. 옛 여의도 MBC 부지에 짓고 있는 ‘브라이튼여의도’는 요즘 여러모로 주목받는다.
우선 노후 아파트 비중이 90%가 넘는 여의도에서 17년 만에 선보이는 신축 아파트라는 점이다. 또 시행사인 여의도MBC부지복합개발PFV(신영·GS건설·NH투자증권)는 브라이튼여의도를 분양이 아닌 우선 임대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브라이튼여의도는 지하 6층~지상 최고 49층 규모로 공동주택 2개동, 오피스텔 1개동, 오피스 1개동이 준공되는 랜드마크 복합단지다. 임대로 공급되는 공동주택은 지하 6층~지상 49층, 2개동, 전용면적 84~132㎡, 총 454가구로 구성됐다. 시공은 GS건설이 맡고 있다. 전용면적별 가구 수는 전용 ▲84㎡ 91가구 ▲101㎡ 91가구 ▲113㎡ 181가구 ▲132㎡ 91가구로 모든 타입이 4Bay 중대형이다. 단지는 4년 단기 민간임대주택으로 4월 중 모델하우스를 오픈하며 올해 9월 입주 예정이다.
브라이튼여의도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인프라와 교통 환경이다. 더현대 서울과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했으며 여의도역과 여의나루역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수도권 전역으로 연결되는 여의도환승센터도 도보권이며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이용도 쉽다. 입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가치가 비교적 높은 단지임에도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여의도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브라이튼여의도는 약 20년 만에 신축 아파트인 데다 입지와 상품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인근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전세보증금 역시 최소 15억원 이상인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민간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인기를 끌던 민간임대아파트는 올해 4월에만 수도권에서 약 22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민간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늘어난 이유는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공공임대와 달리 민간임대주택은 분양 가격 산정 기준이 없고 분양 전환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모집 요건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박 난 민간임대주택
지난해 공급 물량 전년 2배
민간임대주택은 크게 ‘공공지원 민간임대아파트’와 ‘장기일반 민간임대아파트’가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청약 조건이 까다롭다. 반면 장기일반 민간임대주택은 입주 조건이나 청약 조건에 대한 규제가 적은 편이다. 소득이나 자산 제한이 없고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없이도 신청이 가능하며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공급된 민간임대주택은 총 29개 단지, 2만6617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22개 단지, 1만3378가구)과 비교해 약 2배 늘어난 수치다. 민간임대주택은 몇 년 전만 해도 지방 미분양 지역 등을 중심으로 공급됐지만 최근에는 수도권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경쟁률도 더욱 치열해졌다. 올해 2월 공급한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푸르지오더스마트’의 경우 252가구 모집에 6880명이 몰렸다. 경쟁률은 27.3 대 1이다. 지난해 7월 모집한 서울 신림동 ‘힐스테이트관악뉴포레’의 경우 139가구 모집에 무려 1만5023명이 몰려 1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은평구 일대에 공급한 민간임대주택 ‘힐스테이트DMC역’ 역시 청약 평균 경쟁률 17.7 대 1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입증했다.
건설사나 시행사가 지방에 이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민간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 주택 미분양, 유동성 위기, PF 우발 채무 등으로 상당수의 건설사들은 어려운 사업 환경에 직면했다. 반면 민간임대 시장을 꾸준히 두드린 일부 건설사는 상대적으로 위기에 영향을 덜 받고 있는 모습이다. 민간임대아파트를 공급하면 임대료 등을 통해 꾸준히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때문에 건설사들은 경기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주택과 건축 등 수주 사업 위주에서 임대·운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분양 전환 여부 꼼꼼히 살펴봐야
수요자 역시 민간임대아파트가 매력적인 카드로 꼽힌다. 민간임대아파트는 주택 소유 여부나 청약통장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지역 제한·재당첨 제한도 없다. 무엇보다 입주 후 최대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내집마련 시기를 저울질할 수 있다. 취득세,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 등 각종 세금 부담도 없다. 기업형 임대의 경우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 등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요소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민간임대는 요즘처럼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큰 상황에서 임대료 불확실성이 적고 장기적인 거주가 가능하다”며 “임차인 입장에서 보증금을 떼일 염려가 적고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며 청약 점수를 쌓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라고 말한다.
수요자들이 민간임대아파트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일부 사업자는 임대 기간이 끝난 후 분양 전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임차인에게 분양 우선권을 주기도 한다. 향후 분양으로 전환하면 시장 상황에 따라 적잖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당첨 이후 전매도 가능해 임차권에 웃돈이 붙기도 한다. 민간임대주택 임차권은 분양권과 달리 전매 제한이 없어 웃돈을 주고 거주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에서 임차인을 모집한 ‘신광교제일풍경채’의 경우 임차권에 붙은 웃돈만 약 수억원에 달힌다.
물론 민간임대주택은 임차인 입장에서 고려할 점도 있다.
우선 생각보다 임대료가 저렴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앞세우지만 민간임대주택은 공공임대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주택 공급과 안정적인 주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 민간임대주택은 분양 전환 시기가 오면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권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롯데캐슬하이브엘의 경우 모집 공고에 거주 중인 임차인은 우선 분양 전환 권리가 없다고 명시했다. 올해 초 청약을 마무리한 ‘신아산모아엘가비스타2차’나 ‘신내역시티프라디움’도 “임대 의무 기간 종료 후 임차인에게 분양 전환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대 사업자인 건설사가 분양 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어 분양 전환 시 당초 예상보다 비싼 분양가를 내야 할 경우도 발생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민간임대주택을 선택하는 청약자들은 시세보다 저렴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를 갖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분양가 책정 시 감정평가나 건설사 수익률 설정에 따라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어 청약 전 꼼꼼히 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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