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이전 막는 ‘노조 몽니’ 탈피…‘아픈 손가락’ 중국 판매량 반등 절실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4. 2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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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전기차 상승세 이어가려면

‘K전기차’ 시장에 봄바람이 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 한목소리다. ‘아픈 손가락’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 공략 방안을 재점검하는 한편 저가 경쟁에 휘말리지 말고 전기차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中 시장점유율 1%대로 추락

신차 경쟁력 높여 판매량 만회해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최근 중국 시장 공략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지난 1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모델Y의 중국 내 판매 가격을 2만9000위안 낮추기로 했다. 모델Y의 중국 판매 가격은 28만8900위안(약 5568만원)에서 25만9900위안(약 5009만원)으로 떨어졌다. 미국(6만5900달러, 약 8758만원), 한국(8499만원) 가격보다 40%가량 낮은 수준이다.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 BYD도 주요 차종 판매 가격을 최대 8888위안 할인하며 가격 인하 경쟁에 동참했다. 덕분에 BYD는 올 1분기 중국 시장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2.8% 증가한 55만2076대로 올라섰다. 테슬라 판매량은 42만2875대로 1위를 내주고 BYD를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이에 비해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당시 중국 시장 판매 대수가 180만대까지 치솟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이후 판매량이 줄곧 감소했다. 2019년 100만대 선이 무너지더니 지난해 34만3000대로 급감했다. 중국 시장점유율은 1.3%에 그친다.

중국은 최근 전기차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 전기차 기준 중국은 502만대에 이르는 글로벌 1위 시장이다. 미국(약 80만대)의 6배를 넘는 규모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협회 자료를 봐도 올 1분기 승용차 판매량은 426만1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4% 줄었지만,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량은 22.4% 증가했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1360만대)의 58.8%인 800만대가 중국에서 팔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치(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도 나왔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023년은 중국 사업을 정상화해야 하는 한 해”라고 강조하면서 올해 중국 판매 목표치를 전년 대비 20.5% 증가한 30만6000대로 제시했다. 절치부심한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6’와 수소 전기차 중국형 ‘넥쏘’를 선보여 중국 시장 반등에 시동을 건다. 기아도 중국 전략형 전기차인 준중형 SUV ‘EV5’와 플래그십 대형 SUV ‘EV9’, 고성능차 ‘EV6 GT’를 출시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마저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 경우 ‘치킨 게임’에 휘말릴 수 있어 가격 정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특혜를 주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일괄 중단한 만큼 이를 기회로 삼아 현대차만의 차별화된 품질,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받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활용해 중국 ‘하이엔드’ 시장 공략에 집중하면서 ‘제값 받기’ 전략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한국전기차협회장)는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전기차 기술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려면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신차 품질 경쟁력, 마케팅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신시장 공략도 절실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기 SUV ‘아이오닉5’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 재진출했다. 온라인으로 아이오닉5를 판매하며 도쿄, 나고야, 후쿠오카, 교토 등 주요 도시에 오프라인 거점도 확대하는 중이다. 연내 코나 일렉트릭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일본이 상대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뒤처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일본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전기차 판매 대수는 총 5만9000대로 한국(16만대)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토요타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시장을 공략해온 만큼 전기차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이 인도 시장 공략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국가로 부상했지만 승용차 시장 규모는 연 389만대 수준으로 중국의 20% 수준에 그친다. 가구당 구성원이 4.5명 수준이라 소형차 대비 가격이 높은 SUV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임은영 삼성증권 EV·모빌리티팀장은 “인도는 미중 갈등 영향으로 중국의 제조 역할을 대신해줄 시장으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현대차가 인도 GM 공장을 인수하면 연간 생산량이 100만대로 증가해 전기차 시장 공략에 한층 유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3 상하이 모터쇼’ 프레스 콘퍼런스가 진행 중인 현대차관 전경. (현대차 제공)
구독 서비스로 부가가치 확대

R&D 인력 확보로 경쟁력 높여야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되, 다양한 구독 상품을 마련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테슬라는 북미 등에서 자율주행 기술 소프트웨어인 ‘FSD(Full Self Driving)’ 기능을 매달 199달러(약 22만원)를 받고 판매한다. 1만5000달러(약 2000만원)를 내면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 전기차 모델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초가량 빨라지는 기능을 연간 1200달러(약 160만원)에 판매 중이다.

임현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다양한 구독 상품 서비스를 내놓는 가운데 기아도 EV9 구독 상품 서비스 ‘커넥트 스토어’를 운영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전기차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이버 보안, 운전자 보조 시스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탑재해 이윤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 갈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설비, 인력 구조조정이 절실한데 현대차그룹은 노조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신축 전기차 공장은 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스마트공장으로 운영돼 차량 조립 인력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으로 유럽에서 21만5000개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런데도 현대차그룹 내 인력 축소는 ‘언감생심’이다. 기존 내연차 제조 인력이 정년을 채워 퇴직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전기차 공장 라인 확대도 녹록지 않다. 현대차 노사단체협약에 따르면 노사는 신차종 투입 때 근로 조건 등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인력이 필요한데 기존 직원을 내보낼 수 없으니 신규 인력 채용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기차 생산라인 재배치도 쉽지 않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 확대가 한계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 임단협 기간을 1년에서 2~3년으로 늘리고 생산 현장 파업을 금지시키는 등 노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정부 중재 역할이 중요하다.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는 인식 아래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전동화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김필수 교수는 이렇게 정리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6호 (2023.04.26~2023.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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