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전기차 경쟁력 SWOT 분석 (2)…보조금 못 받고 배터리 원가 부담 높아
K전기차 경쟁력과 위상이 이전보다 크게 올랐다고는 하지만 아직 ‘추격자’ 입장인 것이 현실이다. 경쟁자는 여전히 막강하고 외부 사업 환경도 점점 더 녹록지 않다. K전기차가 ‘패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약점’과 ‘위협(Threat)’ 요인은 무엇일까.
1대 판매 순수익, 테슬라가 10배 커
7위.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현대차그룹 2022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순위다. 테슬라(131만대)와 비야디(93만대)가 1·2위를 차지했고 상하이자동차(90만대), 폭스바겐(57만대), 지리자동차(42만대), 르노닛산(39만대)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37만대를 팔았다.
전기차 시장 ‘위너’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남들보다 잘 팔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쟁쟁한 경쟁자는 K전기차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비야디 등 타사 점유율을 빼앗아 와야 하지만 쉽지 않은 싸움이다.
전기차 1위 ‘테슬라’ 아성이 공고하다. 단순 판매량만 많은 게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테슬라가 전기차를 한 대 팔 때 벌어들인 순수익은 9574달러. 2위 GM(2150달러)과 3위 비야디(1550달러) 등 후순위 그룹과 차이가 크다. 현대차는 927달러로 테슬라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가프레스’라고 불리는 테슬라 고유 공법이 고마진의 주요인이다. 테슬라는 차체 여러 부위를 용접해 이어붙이는 것이 아닌 몸체를 한 번에 찍어내는 공정을 거친다. 테슬라에 따르면 기가프레스 적용으로 제조비용은 40%, 무게는 30% 줄었다. 필요한 용접 로봇 수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차량 판매 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벌어들이는 부가 수입도 있다. 당장 국내차가 따라잡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전기차 2위 비야디를 필두로 한 중국 저가형 전기차 브랜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전 세계 70%를 차지하는 배터리 산업과 중국 현지 공급망, 거대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전기차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가격’ 면에서 경쟁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올해 출시 예정인 비야디 ‘시걸’의 예상 가격은 1만달러(약 1300만원)에 불과하다.
중국 전기차 약진과는 별개로, 국내 완성차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소외됐다는 점 역시 뼈아프다. 2022년 현대차 중국 판매 비중은 6.4%, 기아는 3.1%에 불과했다.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인 GM(38.8%), 폭스바겐(38.5%), 테슬라(33.6%)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2) 요원한 ‘배터리 내재화’
전기차 원가 40%…가격 경쟁력↓
‘가격 경쟁’이 전기차 시장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배터리 내재화’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K전기차 약점으로 꼽힌다. 전기차 원가 4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외부에서 공급받다 보니 원가나 생산 효율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불리할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에서 배터리를 납품받는다.
다른 완성차도 배터리 내재화에 나섰다. 비야디는 100% 자사에서 만든 배터리를 사용 중이고 폭스바겐 역시 배터리 직접 생산을 추진 중이다. BMW는 파나소닉과 손잡고 북미 배터리 합작 공장을 논의 중이다. GM과 포드는 배터리 조인트벤처 설립을 넘어 양극재와 광물까지 직접 조달하는 계획을 밝히는 등 배터리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내재화에 보수적이다. 2021년 정의선 회장이 “배터리 셀 연구는 가능하지만 생산은 배터리 업체가 맡을 것”이라며 배터리 내재화에 선을 그었고, 그 기조가 지금까지 유지되는 모습이다. 최근 열린 배터리 관련 세미나에서 류경한 현대차 배터리선행개발1팀장은 “현 상황에서 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에 뛰어들면 생태계 교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급보다 수요가 높은 현 상황에서 완성차는 ‘을’의 입장이다. 내재화 추진 시 배터리 업체 반발이 일어나면서 당장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생산 늘려야 하는데…노조 눈치도
미국의 노골적인 자국 산업 보호도 K전기차업계에 악재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세액 공제 대상에 테슬라·GM·포드 등 자국 완성차가 만든 차량만 포함시켰다.
미국이 최근 발표한 신차 배출가스 규제도 악재다. 자동차 회사별로 유해물질 평균 배출량을 줄이라는 것이 골자인데, 신차 3대 중 2대를 전기차로 판매해야 가능한 수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약 147만대 수준. 그중에서 전기차는 5만4000여대에 불과하다. 세액 공제 혜택 없이 전기차 생산 비중을 크게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더 부담스럽다.
한국에서도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산업 육성안을 발표하기는 했다. 이른바 ‘K칩스법’이라고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다. 국가 전략 기술 투자 시 대기업 기준 15%까지 세액 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전기차도 국가 전략 기술에 포함되기는 했다. 다만 전기차 공장을 비롯한 생산 설비 투자는 지원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기차 생산 비중을 높이기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노조’의 존재다. 현재는 전기차 생산을 위한 라인 전환을 비롯해 인력 조정과 물량 생산까지 노조 동의를 구해야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노조는 전기차 생산에 찬성할 이유가 없다.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 부품 수가 약 40% 적기 때문에 차량 조립 시 필요 인력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조는 전기차 핵심 역량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도 간접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입장에서 현대차는 매력적이지 못한 선택지다. 강력한 노조 탓에 직종별 임금 체계 차별화가 불가능하고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경쟁사인 테슬라가 미국 공대생 선호 직장 1위인 것과 대조된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6호 (2023.04.26~2023.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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