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상승’ 코스닥 아슬아슬 외줄 타기…개미 ‘빚’으로 쌓은 ‘바벨탑’ 버틸 수 있을까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4. 27. 20: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2차전지 주식을 중심으로 코스닥 시장이 거침없이 상승하면서 과열 논쟁이 뜨겁다. 코스닥 상승세만 놓고 보면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글로벌 증시와 ‘디커플링’ 되는 듯싶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위험 요인이 적지 않다.

코스닥, 나스닥 상승률의 2배

2차전지주 빼면 지난해 5월 수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지난 4월 14일 종가 기준 900선을 돌파하며 지난해 5월 6일 이후 11개월 만에 900대를 탈환했다. 이후 코스닥지수는 900선을 중심으로 오르내린다.

코스닥 상승세는 글로벌 증시에 견줘 두드러진다. 연초 이후 지난 4월 19일까지 코스닥지수는 33%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1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8%), 나스닥지수(16%)의 상승률을 훌쩍 앞질렀다. 다만, 시장에서 지수 상승을 체감하는 투자자는 드물다. 시장의 유동성이 에코프로그룹을 비롯한 2차전지주로 쏠리면서 다른 종목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탓이다.

올 들어 지난 4월 19일까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에코프로비엠과 2위 에코프로 그리고 4위 엘앤에프는 각각 220%(3배), 500%(6배), 82%씩 올랐다. 이 기간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 증가분의 34% 정도를 이 세 종목이 차지했다. 기간을 더 넓히면 2차전지주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5월 6일 이후 지난 4월 14일까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은 9% 상승했으나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를 제외하면 0.8% 상승에 그쳤다. 이들 세 종목을 제외하면 코스닥지수는 사실상 지난해 5월 수준이라는 의미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들 종목의 과열 우려를 잇따라 내보낸다. 하나증권은 최근 에코프로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했다. 삼성증권도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며 “역대 국내 투자 사이클이 장기간 유지된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투자자들이 궁금한 대목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앞으로 코스닥 시장이 기간 조정을 거칠지 둘째, 조정을 받는다면 깊이는 어느 정도가 될지다. 셋째는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이 이뤄진다면 그 유동성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우선, 시장에서는 코스닥 시장이 일정 수준의 조정을 거치는 것은 필연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증시의 유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시 경제 여건이 좋지 못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 초까지는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 경제가 탄탄할 것이라는 관측 덕분에 연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시각이 다수였다. 최근에는 경기를 바라보는 기류가 심상찮다. 미국 고용·소비 시장에서의 부진한 지표, 장단기 금리 역전폭 사상 최대치 기록, 금값 랠리 등은 대표적인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진다.

경기 침체 전조 현상 두드러져

신용융자 청산 땐 하락폭 클 듯

특히 아직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구간이라는 점을 시장은 주목한다. 실질금리는 물가보다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것을 일컫는다. 잇단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에 머무른다. 최근 각종 물가 지표는 5% 안팎인 반면, 미국 기준금리는 이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자산 가격은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진입한 뒤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2000년 코스닥 버블, 2007년 유가와 중국 증시 버블 때가 그랬고 금리 상승기였던 2018~2019년에도 실질금리의 플러스 전환 후 증시 분위기가 돌변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1974년 이후 미국 증시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중단 이후 세 차례 하락했는데, 공통된 특징은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위기 사례에 비춰 고금리에 따른 스트레스 기간이 본격 도래하는 데 대략 1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본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시차(lagging)가 존재하므로 실물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2023년 하반기부터 실물 경제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가파른 물가 둔화가 오히려 실질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경기 둔화에 따른 물가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오르기 시작할 때 이런 (쏠림) 현상도 반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정이 닥칠 때는 코스닥 하락폭이 가파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이들이 많아서다.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신용거래융자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빚 투자’를 뜻한다. 지난 4월 11일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111억원을 기록한 후, 12일 10조1504억원과 13일 10조1422억원, 14일 10조2270억원 등으로 1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7조7609억원)에 비해 올해만 약 2조4661억원 늘었다. 2020년과 2021년 코스닥 연간 순매수 가운데 신용융자의 비율은 각각 27%, 12% 정도였던 것에 비춰, 최근 신용융자 규모는 과도하게 높다. 박소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코스닥 시장 강세는 단기적 레버리지 베팅이 큰 영향을 미쳤고 갑작스럽게 신용융자가 청산되는 상황이 오면 후폭풍이 꽤 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2차전지 주식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선 자금이 어디로 유입될지도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반도체와 바이오 업종 등으로 일부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그룹으로 가던 유동성이 다른 코스닥 종목에 돌아오면서 코스닥지수를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코스피 쪽으로 이동할 것인지가 쟁점”이라며 “코스피 종목은 코스닥에 비해 수익률이 초라한 상황인 만큼 급등한 코스닥 종목에서 셀트리온을 비롯한 대표 바이오 종목이나 기술력이 검증된 반도체 장비주로 옮겨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한투자증권도 반도체를 포함한 IT 업종으로 유동성이 유입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를 포함한 IT 업종은 정부의 첨단 산업 육성 정책 수혜, 대기업의 신규 사업 계획 발표, 엔비디아의 낙수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차기 순환매 주도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순환매의 강도는 경기 침체의 깊이가 어느 정도 되느냐에 달렸다. 예상외로 경기 침체가 빠른 속도로, 깊이 나타난다면 순환매가 나타나더라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최유준 애널리스트는 “실물 지표가 우호적일 경우 민감주의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면서도 “다만, 실물 지표가 부진할 경우 헬스케어와 소외 테마, 방어주 중심의 순환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6호 (2023.04.26~2023.05.02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