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쌍특검·간호법·의료법 본회의 강행…총선 노린 ‘빌드업’ 시작됐다.

위문희, 정용환 2023. 4. 2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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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쌍특검법’의 패스트트랙 지정과 간호법·의료법 등 쟁점 안건을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모두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입법 폭주’라고 반발하며 하루 세 차례 본회의장에서 퇴장했으나, 180석이 넘는 ‘야권 연대’ 앞에 무기력했다. 22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민주당의 ‘빌드업’(Build-up)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이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 투표를 앞두고 퇴장하고 있다. 뉴스1


국회는 27일 본회의에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전날 제출된 패스트트랙 지정안은 민주당(170석)·정의당(6석)·기본소득당(1석)·진보당(1석) 의원 전원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4명까지 182명이 공동 발의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제안 설명에 나서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재인 정권 때는 왜 하지 않았느냐” “정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라고 반발한 뒤 퇴장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포함해 183명이 무기명 투표에 참여했다. 50억 특검법은 만장일치로, 김 여사 특검법은 1명을 제외한 182명 찬성으로 각각 통과됐다. 야당 의원들은 가결이 선포된 순간 손뼉을 치고 탄성을 질렀다.

이날 표결에 앞서 민주당은 내부 표 단속에 주력했다.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하기 위해 찬성 180표(재적의원 5분의 3)가 필요해서다. 민주당은 의회 외교 차원에서 남미 지역을 방문 중이던 이형석·조응천 의원까지 예정보다 사흘 앞당겨 귀국시킨 끝에 쌍특검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한 민형배 의원이 27일 오후 제 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날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두 특검법은 늦어도 12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게 된다. 총선 직전 ‘김건희 특검법’을 정국 최대 현안으로 만들겠는 게 민주당의 노림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쌍특검법 통과 직후 “윤석열 정부 검찰이 철저하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해왔더라면 이 사태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50억 클럽 특검법은 정의구현이라는 미명 아래 대장동 사건 피고인인 이재명 대표의 방탄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며 “(김건희 여사 의혹 역시)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이 2년 넘게 탈탈 털어 수사했음에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다른 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에 복귀한 국민의힘은 1시간 20분 뒤 또 퇴장했다.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중재안을 거부한 가운데, 의료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을 표결에 부치면서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이 골자다. 간호법은 의료법과 별도로 간호사의 처우 및 근무 여건을 명시한 법률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를 패싱하면서 본회의에 직회부시킨 데 대해 입법독주, 기습 강행, 불통 정치라는 표현밖에 할 말이 없다”(조명희 의원)고 성토했으나, 민주당은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강훈식 의원)이라고 맞섰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간호법안(대안) 수정안 찬성 토론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여당의 퇴장 속에 간호법 제정안은 재석 의원 181명 중 찬성 179명, 기권 2명으로, 의료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177명 중 찬성 154명, 반대 1명, 기권 22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는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의원과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이 당 방침과 달리 본회의장에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간호법 표결 직후 대한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 간호법에 반대해온 단체들은 총파업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가 끝날 무렵 여당 의원들이 재차 퇴장한 가운데 무기명 투표를 거쳐 방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렸다.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구조를 바꾸는 방송법은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단독 의결했고, 지난달 21일에도 같은 상임위에서 여당이 퇴장한 가운데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민주당이 기어이 방탄의 길로 가기로 했다. 정의당은 노란봉투법 직회부 목적을 위해 민주당의 들러리가 됐다”(윤재옥 원내대표)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거대야당 입법폭거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여당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강행처리한 건 내년 총선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간호사법은 숫자가 많은 간호사 단체가 강하게 원하고 있고, 방송법 역시 언론노조 등의 입맛에 맞는 법안”이라며 “국민의힘이 아무리 ‘입법 독주’ 프레임을 씌워도, 표 계산을 해보면 절대 손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료법 개정안의 경우에도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라는 게 민주당 자체 분석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표를 더 긁어모아 자신의 진영을 공고히 다지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 등이 여야 이견 없이 통과됐다. 주택이 매각될 때 세금보다 확정일자 등 요건을 갖춘 임대차 계약의 전세금을 먼저 변제하도록 예외를 두도록 했다. 감정평가사의 전세 사기 범죄 가담을 방지하기 위해 자격 취소 제재를 법제화한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위문희·정용환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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