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에 반기 들며 울먹인 최연숙... 간호법 제정안, 국회 통과

곽우신 2023. 4. 2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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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퇴장 속 김예지·최연숙 찬성 표결... 대통령 거부권 시사된만큼 혼란 계속

[곽우신, 남소연 기자]

▲ 간호법 통과 직후 '눈물' 간호사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하는 간호법 제정안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방청석에서 표결 결과를 지켜 본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연숙 국민의힘 국회의원(초선, 비례대표)이 울먹이며 토론을 마치자, 자리에 앉아 있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왔다. 27일 오후,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 현장이었다.

국민의힘이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한 가운데, 최연숙 의원은 자당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음에도 "법은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라며 "간호법은 초고령사회에 노인과 장애인 등 국민의 존엄한 생명을 돌보기 위한 약자를 위한 법이며,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민생법안"이라고 외쳤다. 사실상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당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 간호법안 찬성 토론하는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 간호사 출신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간호법안에 대해 찬성 토론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날 '간호법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은 재석 181인, 찬성 179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집권여당 소속 중 최 의원과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만이 '유이'하게 자리에 앉아 찬성을 눌렀다. 최 의원은 간호사 출신 비례대표로 본래 국민의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나,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하며 그대로 당적이 바뀌었다. 앞서 '간호·조산법안'을 대표발의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반면, 기권 2표는 모두 민주당 이탈표로, 이원욱 의원과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의 표결이었다.

김진표 의장이 2주의 시간 더 줬지만... 이익단체 의견 조율 실패한 여권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 안에 존재하는 간호 관련 내용을 별도의 법안으로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간호사와 전문 간호사 그리고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제각기 구분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해야 할 책무가 국가에 있음을 포함했다. 간호사협회의 오랜 숙원 법안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만이 아니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도 공약한 바 있다.

'공약 번복' '공약 파기' 논란이 일자, 여당은 당초 공약한 내용과 지금 야당에서 주도적으로 입법한 간호법은 그 결이 다르다고 맞섰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25일 간담회에서 "간호법이 아니라 간호사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항변했다(관련 기사: '윤 대통령 약속'에 거부권? 국힘 "간호법은 대선공약 아냐"). 이준석 전 대표는 "'그 간호법과 이 간호법은 다르다' 같은 우격다짐으로 넘어가려고 하겠지만 그렇다면 그것도 차근차근 설명해야 한다"라고 이를 꼬집은 바 있다.

야당은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제21대 국회 출범 이후로 오랜 시간 다수의 공청회와 상임위원회 논의가 있었던 만큼, 더 이상의 논의는 사실상 '시간 끌기'이자 '법안 무력화'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미 2주 전이었던 지난 13일 본회의에서 '합리적 대안 마련'을 주문하며 표결을 한 번 지연시킨 바 있다. 야당 주도로 법안이 강행처리하는 것보다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여당의 요구대로 대안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였다(관련 기사: 간호법 상정 거부한 김진표... 민주당 항의 속 국힘은 '박수'). 하지만 의사협회와 간호사협회의 입장차가 너무나 뚜렷했던 만큼,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마련한 2주의 시간 동안에도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당은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 다른 직역의 이익단체들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조율해 대안을 만들자고 주장해왔다. 실제 당정협의는 물론 이익단체들을 여러 차례 만나 의견 조율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세력은 이들 사이의 구체적인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김진표 의장도 더 이상 법안 처리를 미룰 명분을 찾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 거부권 행사?... 혼란 당분간 계속될 듯
 
▲ 간호법 표결 앞두고 국민의힘 집단퇴장 간호사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하는 간호법 제정안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에 반대하며 집단퇴장하고 있다.
ⓒ 남소연
 
우여곡절 끝에 간호법이 제정됐으나, 지금까지 과정이 그랬더만큼 간호법의 앞날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25일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을 강행처리할 경우 대통령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여당은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돌아올 때에 맞춰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나서는 것은 '재의 요구'를 받은 법안을 다시 국회에서 가결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민국 헌정사상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국회에서 통과된 경우는 전무하다. 과반 출석에 3분의 2이상 찬성이라는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측에서도 전부 표결에 참석할 경우, 산술적으로 재가결을 위해서는 200석이 필요하다. 민주당과 정의당, 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들에 기본소득당과 진보당까지 그러모아도 182석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바로 직전에 '양곡관리법'이라는 선례도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초과 생산량에 대해 국가가 지금까지 임의수매해왔던 것을 의무수매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했으나,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 결국 합의 처리되지 못하고 야당들 주도로 가결됐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주문했고, 용산은 즉각 화답했다. 민주당은 농촌 지역을 기반으로 둔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일부가 이탈해주기를 기대했으나, 재투표 결과 재석 290명 중 찬성은 177표에 그치며 양곡관리법은 최종 부결됐다(관련 기사: 양곡관리법 부결... 민주 "농민에 대못, 민심 역주행"). 국민의힘이 간호법에 대해서도 부결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하지만 양곡관리법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국민의힘 안에서도 공개적인 반발이 소수나마 나온 상황이다. 대통령실에서도 국정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연속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간호법을 둘러싼 혼란스러운 정국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나홀로' 자리지킨 최연숙 의원  간호사 출신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간호법안에 대해 찬성 토론을 하기 위해 자리에 남아 있다. 같은 당 국민의힘 의원들이 간호법에 반대하며 집단퇴장해 자리가 비어있는 것과 대비된다. 아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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