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적자 4.6조…삼성, 17조 투자했다
[한국경제TV 정재홍 기자]
<앵커> 삼성전자가 반도체 적자 4조 5,800억 원 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만에 최악인데 삼성은 오히려 투자를 대폭 늘려 다가올 호황기를 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산업부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어제 SK하이닉스 이어 삼성까지,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도 실제 숫자를 보니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적자 규모가 큽니다.
<기자> 네. 오늘 오전 나온 실적 간단하게 다시 짚어보면요.
이달 초 잠정실적에서 공개한대로 1분기 매출 63조 7,500억 원, 영업이익 6,4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 95% 줄어든 수치입니다.
반도체 부문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더 충격적입니다.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매출은 13조 7,300억 원, 영업손실은 4조 5,80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반토막 났고, 적자전환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적자 규모를 4조 원 안팎으로 예상했는데, 적자 규모는 예상 보다 더 컸습니다.
스마트폰 사업이 삼성전자 전체 적자전환을 막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하고 있음에도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S23으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은 개선됐습니다.
모바일을 담당하는 MX/네트워크 사업의 매출은 같은 기간 2% 줄어든 31조 8,200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1,200억 원 정도 더 늘어난 3조 9,4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앵커> 조기 출시한 스마트폰 덕분에 전체 전자전환을 겨우 피했다는 건데요. 2분기에는 스마트폰 효과가 떨어질텐데요.
<기자> 말씀하신대로 갤럭시S23은 시기를 당겨 2월 출시했습니다.
앞으로 나오는 플래그십 모델은 5세대 폴더블폰 시리즈로 8월에 나올 예정입니다. 2분기에는 신제품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디스플레이나 가전 실적이 좋은 시기도 아닙니다.
2분기 반도체 영업손실 규모는 1분기 보다는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3조 원대로 예상됩니다. 이를 상쇄할 만한 이익을 내지 못 하면 전사 전자전환을 피하기 힘듭니다.
다행인 것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어제 SK하이닉스도 "반도체가 바닥을 지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삼성전자도 오늘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부터 재고 수준이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분기말 반도체 재고를 포함한 삼성전자 전체 재고자산 규모는 54조 4천억 원으로, 지난해말 52조 1천억 원 보다 오히려 증가한 상태입니다.
재고가 줄어들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하락세를 진정시킬 수 있고, 하반기 반도체 수요도 오르게 되면 전체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재고 수준 감소 폭이 하반기에 더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4조 원이 넘는 반도체 적자를 냈는데도 삼성전자는 투자 규모를 오히려 늘렸습니다. 호황기를 대비해 선제 투자에 나선 건데 반도체 반등 시점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의미 일까요?
<기자> 맞습니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연구개발(R&D) 투자로 6조 5,800억 원, 시설투자로 10조 7천억 원을 투입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R&D 투자는 7.6%, 시설투자 규모는 35.4% 늘어난 수치입니다.
지난해 1분기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이 14조 원을 넘겼고 반도체만 8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시기입니다. 그 때보다 더 늘어난 투자를 단행했다는 건데요.
10조 7천억 원 가운데 반도체에만 9조 8천억 원이 투입돼서 지난해 1분기 보다 3조 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선단 공정 투자와 파운드리 평택, 테일러 공장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단기 생산계획은 하향하겠지만 "미래 경쟁력을 위해 선제적 투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장기 수요 대응 투자를 지속하고 연구개발(R&D) 투자는 확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앞서 임동진 기자가 전한대로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관련해서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우리로선 아쉬울 수 밖에 없는데요. 삼성전자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어느정도 양보를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던 게 사실인데요.
'협의 가능성'만 열어뒀다는데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규정대로 라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에서 앞으로 10년 첨단 공정 생산능력 확장이 5% 이내로 제한됩니다. 또 반도체 수율 등 영업기밀 노출을 감수하면서 초과이익분도 뱉어냐야 하죠.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반도체 지원법상 의무조항은 미국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개별 기업과 협상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만큼 삼성전자도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가능성과 시나리오를 검토 중으로, 가능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정재홍 기자 jh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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