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끊이지 않을 것”…창작자 추가보상청구권에 쏟아진 우려
“추가보상 청구권이 이대로 도입된다면 미디어 업계에서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K콘텐트 국가전략산업 육성 방안’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선 김경숙 상명대 지적재산권학 교수가 내놓은 우려다. 이날 세미나는 K콘텐트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관한 정책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회장 김광재)가 주관하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영상물 저작자가 지적재산권(IP)을 양도한 후에도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추가보상 청구권 도입 관련 논의가 집중적으로 오갔다. 창작자에 대한 추가보상 청구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2021년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흥행했지만, 드라마를 기획·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넷플릭스와의 IP 독점 계약으로 인해 흥행에 따른 추가 수익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두됐다.
이에 추가보상 청구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 국회에는 노웅래·도종환·유정주(이상 민주당), 성일종·이용호(이상 국민의힘) 의원안 등 총 5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추가보상권 법안들, 너무 불분명해 분쟁 예상”
관련 발제를 맡은 김경숙 교수는 현재 발의된 법안들에 대해 “보상 요건 및 기준들이 불명확해 실제 도입될 경우 수많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추가보상권을 갖는 주체에 대한 조문부터 불명확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예컨대 유정주·성일종 의원안은 영상저작물의 저작자를 ‘연출자, 각본가, 그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로 명시하고 있어 창작에 기여한 수많은 이들 중 누구에게까지 보상을 해야 하는지 불분명한 상황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가 따라가야 하는 사례로 언급되는 프랑스·독일·스페인 등의 국가들은 법률에 ‘저작자’에 대한 기준을 매우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법률에 명백하게 규정돼있지 않은 미국, 일본의 경우 법률이 아닌 개별 협약 및 계약으로 창작자에게 보상 청구권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겨냥하려다…토종 OTT 타격 우려도
추가보상 청구권이 법으로 규정될 경우, 해외 영상물 저작자에게까지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저작권에 관한 국제 다자 조약인 베른 협약에 명시된 내국민 대우주의(가맹국은 다른 가맹국 국민의 저작물을 자국민의 저작물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국내법으로 보상권을 규정할 경우, 외국인 저작물에도 똑같이 이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넷플릭스는 글로벌 유통을 하고 있어 한국이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토종 OTT 업체의 경우 해외 작품까지 보상하게 되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며 “콘텐트 창작자들에 대한 보호도 물론 필요하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한국이 키우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박사는 “영상저작물 관련해 감독이나 연출자, 작가뿐 아니라 수많은 실연자들이 맺고 있는 계약 관계가 복잡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간과하고 최종 제공자라는 이유로 OTT 업체에 추가 보상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원래 입법 취지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주체가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사업자라면 과연 우리 규정을 해외 사업자에게 잘 적용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문제도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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