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 사회적 역할 있다"…대법, 자유북한연합 허가 취소 파기환송

문현경 2023. 4. 2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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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북한운동연합은 설립 취소 처분을 받은 후에도 전단 살포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이 단체가 경기도 김포에서 100만 장을 날려 보냈다는 전단 모습.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2020년 4월 30일 탈북민 박상학씨가 대표로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인천시 강화군에서 ‘꽃제비 지성호, 공사 태영호, 국회의원 되다’란 내용의 전단 50만장과 1달러 지폐 2000장을 풍선에 실어 북으로 날렸다.

“북한에서 가난과 굶주림 속에 방황하다 한 다리와 팔을 잃고도 압록강을 건넌” 지성호와 “북한노동당 외교전사로 가족과 함께 귀순한 엘리트” 태영호 등 “북한정권이 인간쓰레기, 민족반역자라고 하는 이들을 자유대한민국에서는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줬다”는 걸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란 게 이튿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이유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런 식으로 경기도 김포시·파주시, 강원도 등 접경지역에서 북한 지도부와 체제를 비판하는 전단을 수십 차례 살포했고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2014년 10월 북한이 대북 풍선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등 도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안전을 우려한 것이다.

그해 6월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후에도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되자 통일부는 결국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지난 2009년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납북자가족모임과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북한 돈과 함께 대북전단을 날려보냈다. 박종근 기자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1·2심 법원은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전단 살포→북한 도발→위험에 이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2021년 8월 1심 선고 후 정권이 바뀐 뒤 지난해 12월 나온 2심 판결은 이 단체 측에 다소 긍정적인 내용이 추가됐다.

서울고법 행정9-1부(부장 강문경·김승주·조찬영)는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정보 접근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그 실상을 알린다는 측면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의 행위가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공익보다 ‘국민 전체의 생명권과 국가 전체의 안위’란 공익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 단체의 행위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전단 살포→북한 도발’이란 연결 논리가 합리적인지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해 교전, 연평도 포격, 천안함 피격 등 일련의 도발을 직접 목격한 정부와 국민으로서는 대북전단과 관련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나 도발이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북한은 대북전단을 코로나19 감염 경로로 지목하는데, 이같은 비과학적·비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북한이 대북전단이 배포되는 접경지역에 군사적 도발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27일 대법원은 결론을 바꿨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한 국제적·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전단 살포 행위는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는 단체 활동”이라며 “북한 주민에게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고자 하는 등 정치적·사회적 활동의 일환으로, 우리 사회 내의 중요한 공적 쟁점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등 나름의 공적·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위험 야기,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 등 매우 포괄적·정치적인 영역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을 전단 살포 행위에만 묻기 어렵다”고 했다. 오히려 접경지역 주민에 대한 위협은 “(전단 살포 때문이 아니라) 전단 살포를 통해 전달하려는 내용을 북한이 문제 삼기 때문에 성립하는 것”이라 봤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북한의 일방 폭파 사실만을 근거로 전단 살포 행위가 국민의 생명·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통일부의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본 대법원은 판결을 다시 내리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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