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사업자 전 구역 확정…지각변동 예고(종합)
전날 DF1신라·DF2 신세계 이어 확정
롯데 탈락 변수, 면세업계 지각변동 예고
27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사업자가 최종 선정됐다.
전날 면세점 대표 상품을 취급하는 핵심 경쟁지였던 DF1·2구역을 예상대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각각 차지한 데 이어, 이날 패션·액세서리·부티크를 다루는 DF3·4구역 역시 신라·신세계 순으로 돌아갔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낸 신세계가 DF3을, 신라가 DF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총점 집계 결과 간발의 차로 신라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아 DF3의 주인이 됐다. 부티크만 취급하는 DF5는 예상대로 현대백화점면세점에 돌아갔다. 이들은 지난 달 인천국제공항공사의 1차 선정을 거쳐 26~27일 관세청 심사를 최종 통과했다.
DF3·4구역 내에서 업계 예상을 엎는 결과가 나오긴 했으나, 이변은 없었다. 향후 10년간 신라면세점은 DF1과 DF3을, 신세계면세점은 DF2와 DF4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DF5를 각각 맡아 운영하게 됐다. 중소·중견 면세 사업구역인 DF8·9구역은 경복궁면세점·시티플러스가 각각 나눠맡게 됐다.
이변은 1차에서…롯데 탈락
이변은 지난 달 인천공항공사의 면세 사업권별 복수 사업자 선정(1차 심사)에서 일어났다. 매출 1위 롯데면세점이 관세청 2차 심사에도 오르지 못한 것이다. 입찰 전부터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가격 경쟁이 예상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졌으나, 롯데는 대부분 구역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금액을 써내 인천공항 면세 사업자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특히 DF5에선 현대백화점보다 높은 입찰가를 써냈음에도 최종 후보에서 미끄러졌다. 가격 외에도 사업 제안서 평가 점수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결국 DF5는 그룹(DF3, 4, 5) 간 중복 낙찰 금지 규정에 따라 현대백화점에 돌아갔다.
2차 심사에서도 대세엔 지장을 주지 않으나 상대적으로 소소한 변수가 발생, 사업 당사자들을 당황시켰다. DF3·4에서 최고가를 제시한 신세계면세점이 DF3을 차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으나 최종 합산 점수에서 간발의 차로 결과가 뒤집혀 신라면세점이 DF3의 주인이 됐다.
업계는 이번 결과가 국내 면세 사업자 순위도 뒤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매출 규모에서 국내 2, 3위인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국내 1위 롯데면세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롯데면세점 매출은 5조300억원, 신라면세점 매출 4조3332억원이었다.
'여객 수 연동'의 나비효과는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임대료 산정방식은 '고정임대료'에서 '여객수연동' 방식으로 바뀌었다. 여객 수에 연동해 임대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고정임대료를 내야했던 과거에 비해 수익성 확보에 유리한 조건이다. 다만 여객 수 증가가 면세점 방문객의 증가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소 입찰가 대비 170%까지 써낸 임대료 부담도 변수다. 2019년의 국제선 출발 여객 수(약 3500만명)를 기준으로 계산한 DF1~5의 연간 합산 임대료는 8700억원갸량 된다. 2019년 임대료 약 1조원의 87% 수준이다. 매출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가정해도 임대료는 매출의 31% 수준이다. 관건은 얼마나 빠른 회복이 이뤄질지 여부다. 통상 임대료가 40% 수준에 다다르면 이익을 내기 힘들다.
그럼에도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매출 확대 측면과 글로벌 면세점으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높이 샀다. 이들은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본격화로 여객 수가 회복되면, 인천공항에서만 매출이 각각 1조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량 판매로 큰 규모 매출을 일으켜 업을 유지하는 면세업계 특성상 조 단위 매출처는 간과할 수 없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2001년 개장 후 연평균 성장률 6%로 2019년 매출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의 관문이자 아시아 허브 공항으로서 인천공항이 갖는 상징성도 크다. 주요 명품 브랜드 유치 시 글로벌 공항 입점 여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루이비통은 최근 공항 면세점 위주로 입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업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힐 때도 인천공항 등 주요 공항에 입점해 있다는 점은 평가 시 유리하게 작용한다.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들은 오는 7월부터 10년간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최종 선정된 사업자들은 일제히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등 아시아 주요 허브공항 면세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유일한 사업자로서 인천공항과 함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면서 면세점 매출 세계 1위 공항의 위상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인천공항은 리오프닝(경기 재개) 시대 관광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오는 7월1일 오픈 일정에 맞춰 인천공항 운영을 준비, 향후 인천공항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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