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경기’ 윤채영 “팬들께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

정대균 2023. 4. 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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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에프앤씨 KLPGA선수권대회 첫날 이븐파
크리스에프앤씨 제45회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 4번홀에서 두 번째샷을 날리고 있는 윤채영. KLPGA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그런대로 경기를 한 것 같아 다행이다.”

12살 때 골프 채를 처음 잡은 뒤 25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윤채영(36)이 K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리스 에프앤씨 KLPGA선수권대회(총상금 13억원) 1라운드를 마친 소감이다.

윤채영은 이 대회에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했다. 그의 KLPGA투어 공식 은퇴 경기다. 윤채영은 2005년에 KLPGA에 입회, 2016년까지 11년간 활동하면서 통산 1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서른의 나이인 2017년에 일본프로골프(JLPGA)투어로 진출, 작년까지 5년간 활동하면서 우승은 없었지만 시드를 한 차례도 잃은 적이 없었을 만큼 꾸준한 성적을 냈다.

이번 KLPGA투어 은퇴 경기에 앞서 지난 3월에 열린 야마하 레이디스오픈에서 일본 무대 고별전을 먼저 가졌다.

윤채영은 라운드를 마친 뒤 가진 국민일보와의 기자회견에서 “계속 일본만 있었다. KLPGA투어로 복귀하려면 시드전을 가야 했는데 그 정도의 에너지가 사실 없었다”면서 “골프를 좋아하는 마음이 크긴 한데 ‘이제 그만하자, 오래 했다’고 생각하고 은퇴를 결심했다”고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윤채영은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CC 산길-숲길(파72·6570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보기 3개에 버디 3개를 묶어 이븐파를 쳤다. 오후조가 경기를 진행중인 가운데 공동 39위로 컷 통과 안정권이다.

은퇴 경기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선전 원동력은 선배 홍란(37)의 드라이버 덕이었다. 이날 윤채영은 자신의 드라이버가 아닌 홍란의 드라이버를 들고 나왔다. 이번 대회에 앞서 가진 연습 라운드서 한 번 쳐봤는데 훨씬 편해서 빌려 왔다고 했다.

윤채영은 “선수 생활할 때만큼 겨울에 훈련을 안하다 보니까 제 드라이버 스펙이 버겁게 느껴졌다”면서 “(홍)란이 언니와 지난주에 같이 라운드하면서 언니 클럽을 써봤는데 휘두르기 편했다. 같은 스펙인데 내거보다 더 편했다”고 선배 드라이버를 가지고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은퇴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는 걸 토로했다. 그 이유는 JLPGA투어 은퇴 경기에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줬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 때문이었다고 했다.

윤채영은 “(팬들이)많이 오셔서 감동을 많이 받았는데 부담도 됐던 것 같다. 뭔가를 보여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내색은 안했지만 좀 창피하기도 했다”고 지난 일본에서의 은퇴 경기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KLPGA투어 은퇴 경기에서는 국내 팬들께 실망을 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윤채영은 “이번주에 더 위축됐다. 즐겁게 하자고 생각하고 왔지만, 플레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일본에서 헤매고 와서 솔직히 자신감이 떨어졌고 부담이 컸다”면서 “그래서 지난주에 매일 연습하고 이번 대회에 나왔다”고 했다.

꼴치만 면하자는 심정이었지만 매 홀, 매 샷이 떨렸다는 윤채영은 “‘마지막이니까 멋지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출전했다”면서 “하지만 (본선 진출)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상위권 진입까지 목표로 세우고 가보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27일 열린 KLPGA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윤채영이 라운드를 마친 뒤 응원 나온 가족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가 상위권 입상을 바라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가족들 때문이다. 윤채영은 “마지막 공식 대회여서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이 모두 왔다”면서 “부모님이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제 플레이를 못 보셨다. 부모님깨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대회장에는 온 가족이 출동했다.

그의 갑작스런 은퇴 소식에 팬들의 아쉬움은 클 수 밖에 없었다. 윤채영은 은퇴를 결심하게 된 직접적 이유를 체력적으로 버거운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신력이 무너진 것으로 꼽았다.

그는 “원래 힘들어도 정신력으로 극복했는데 작년 같은 경우, 넘어가야 될 때 무너지는 제 모습을 보면서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윤채영은 25년 선수 생활 동안 가장 큰 보람으로 ‘꾸준함’을 들었다. 그는 “이렇게 골프 오래할 지 몰랐다. 승수가 많은 선수는 아니지만 시드를 계속 유지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는 게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그 반대로 승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라 했다.

선배로서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포기하고 힘든 순간들이 있겠지만 선수로 뛰는 동안에는 할 수 있는 마음과 에너지가 있다면 끝까지 투어에 남아서 멋지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채영은 향후 활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금 당장 뭐를 해야겠다는 건 없지만 일단 섭외 들어온 방송을 비롯해 다양한 경험을 해볼 생각”이라며 “그렇게 해서 가장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갈 생각이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양주=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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