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최대10개' 복수의결권, 국회 본회의 통과

본회의에서도 토론자끼리 의견 '팽팽'
상장 시엔 존속기한 3년으로 줄어

벤처업계의 숙원으로 꼽히는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 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로써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를 시행하는 내용의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재석 260명 중 찬선 173명, 반대 44명, 기권 43명으로 가결했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복수의결권 주식은 1주당 2개 이상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뜻한다. 벤처·스타트업 창업주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되면 경영권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방어 장치로 분류된다.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기업 ‘유니콘’을 보유한 미국, 영국 등에서는 복수의결권을 운영하고 있다.

개정안은 중소벤처기업부가 2020년 발의하면서 도입 절차가 본격화됐으나 일부 의원들이 반대하면서 2년 넘게 국회에서 계류됐다.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가 주당 1개 의결권을 규정한 상법에 위배되고, 대기업들의 ‘불법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날 본회의에서도 찬성과 반대 의견자들은 팽팽한 토론시간을 거쳤다. 복수의결권 주식 반대를 주장하는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똑같이 1만원을 투자했는데 창업주는 10개 의결권을 갖고 외부 투자자들은 1개 의결권을 가지면 그게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되겠나”라며 “우리나라 주식회사 제도는 1주 1의결권 제도인데, 60년 전에 만들어서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는 큰 원칙이다. 이번에 만드는 제도는 그 1주 1의결권 원칙을 바꾸는 예외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또한 “국민 투표 시에 10표를 행사할 수 있는 시민권을 국가가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다”며 “의결권 차등도 문제지만 처음부터 일반 주주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주식을 만든다니 참으로 공정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를 찬성하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스타트업·벤처기업은 첨단기술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설립된 기업이고, 자유시장 경제를 이끌어온 혁신의 아이콘들인데 혁신 없는 경제는 결국 세습과 정체와 도태를 낳을 것”이라며 “벤처기업이 성장하려면 투자 유치를 지속해야 되지만 기업 가치가 급락한 상황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투자를 감행하면 창업자, 혁신가의 지분이 낮아지게 되고 경영 불안정을 이유로 주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또한 “자본을 가진 사람이 의결권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나 자본이 적더라도 젊음과 열정을 쏟아 기업을 성장시킨 창업자에게 다소간 경영권을 유지할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복수의결권 발행은 주주들의 몫이다. 창업주가 법령상 요건을 모두 갖췄어도 절대 혼자 발행을 결정할 수 없고, 주주 대부분의 동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하며 복수의결권 주식 찬성에 목소리 높였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투자 유치로 창업주의 의결권 비중이 30%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에 발행할 수 있다.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총수의 75%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복수의결권 주식의 존속 기한은 최대 10년이다. 상장할 시엔 3년으로 줄어든다. 존속 기한이 지난 복수의결권 주식은 보통주로 바뀐다. 창업주에게 있는 복수의결권 주식이 상속·양도·증여되거나 이사사임 시에도 보통주로 전환된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