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변 둘러쌓인 탑골공원… ‘분뇨의 성지’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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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북문 주변.
한 백발의 노인이 담벼락을 마주한 채 엉거주춤 서 있었다.
노인들의 놀이터이자 독립운동의 성지라 불리는 탑골공원 주변이 이처럼 대·소변으로 뒤덮이고 있다.
주변 상인들은 현재 정문을 빼고 모두 닫혀 있는 탑골공원 동문·서문·북문을 모두 개방해서라도 화장실 접근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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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골목 곳곳 분뇨 흔적·냄새
상인·환경미화원·경찰 모두 고통
구청 측은 환경 개선 용역 착수
지난 25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북문 주변. 한 백발의 노인이 담벼락을 마주한 채 엉거주춤 서 있었다. 바지춤을 내리더니 담벼락 앞에 놓인 화분에 그대로 소변을 눴다. 몇 초 뒤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히 근처 노상 테이블로 옮겨 일행들과 막걸리를 마셨다. 담벼락에 붙은 ‘노상방뇨 금지구역’ 표지와 ‘문화재 보호법 등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문이 무색했다.
노인이 소변을 본 곳에서 불과 15m가량 떨어진 곳에는 폭 1m의 좁은 골목이 있다. 식당들이 밀집한 ‘송해길’로 이어지는 통로다. 골목에 다가갈수록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유독 그 근방만 파리들이 웽웽거리며 날아다녔다. 바닥의 배수로 덮개 주변으로는 인분으로 보이는 진갈색 배설물이 눌어붙어 있었다. 인근 한식집 사장 A씨는 “사람 똥이 맞다”며 손을 내저었다.
노인들의 놀이터이자 독립운동의 성지라 불리는 탑골공원 주변이 이처럼 대·소변으로 뒤덮이고 있다. 구석진 곳 여기저기서 쉽게 분뇨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주변 상인들은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이를 치우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젊은 손님들이 가게에 오려다 이를 보고 기겁해 도망간다”며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노상방뇨 노인들에게) 지적을 하면 ‘나오는 걸 어떡하냐’고 되레 화를 낸다. 아쉬운 사람이 치워야지 어쩌겠느냐”고 했다.
인근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B씨는 외국인 손님 보기가 부끄럽다고 했다. B씨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 중 하나가 종로인데, 그런 종로 한복판에 똥오줌이 말이 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게 손님들이 밖에 똥이 있다”며 먼저 알려주기도 한다고 했다.
환경미화원도 고통받긴 마찬가지다. 종로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권형주(43)씨는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볼 일’을 본다. 냄새가 심해서 EM용액이라는 걸 가져다 뿌리는데, 하루만 지나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했다.
인근에 공용화장실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도보 1분 거리에 ‘인사동 문화지구 지하 1층 개방화장실’이 있다. 많은 노인들이 장기를 두는 장소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나온다. 오후 6시면 문을 닫긴 하지만, 탑골공원 내부에도 공용화장실이 있다. 그런데 노인들은 “멀다” “다리가 아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노인들은 노화 현상으로 불가피할 때가 있다며 양해를 부탁했다. 정모(83)씨는 “늙으면 소변도 30분에 한 번씩 눠야 하는데 갑자기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젊은이들이 그런 걸 좀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곳을 담당하는 종로구청도 탑골공원 노상방뇨 문제를 이미 잘 알고 있다. 예전에는 민원도 꽤 들어왔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주변 경찰지구대 관계자는 “워낙 (노상방뇨가) 많다 보니 다들 포기한 것 같다”고 했다.
주변 상인들은 현재 정문을 빼고 모두 닫혀 있는 탑골공원 동문·서문·북문을 모두 개방해서라도 화장실 접근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식 화장실을 보다 많이 설치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에 종로구청 관계자는 “현재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탑골공원 문을 닫아놓은 상태”라며 “경비 인력을 확충해 노상방뇨 단속 횟수를 늘리고, 이동식 화장실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구청 측은 현재 탑골공원 인근 환경 개선을 위한 용역 사업도 진행 중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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