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래 VS 전재준! 이쯤에서 다시 보는 박성훈의 인생 캐릭터는?
박성훈이 제59회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2023년 최고의 화제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의 전재준 캐릭터로 말이죠.
2008년 영화 〈쌍화점〉의 단역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박성훈은 2014년부터 SBS 〈쓰리 데이즈〉, 〈육룡이 나르샤〉, 〈질투의 화신〉의 감초 조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주연으로 발돋움한 건 2018년 영화 〈곤지암〉과 KBS 2TV 〈하나뿐인 내편〉을 통해서였어요. 의도치 않은 부침도 있었지만, 여러 편의 단막극들로 꾸준히 연기력을 다졌던 그는 결국 〈더 글로리〉를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워낙 다작한 배우인 터라 그의 인생 캐릭터를 두 말 않고 〈더 글로리〉의 전재준이라고 하기엔 이른 감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름 만큼 '전재준'으로 불리는 게 익숙할 지 몰라도, 그 전에는 〈하나뿐인 내편〉 덕에 '고래씨'로 불렸거든요. 그럼 2023년 상반기 현재, 박성훈의 이름마저 잊게 한 인생 캐릭터들을 보겠습니다.
최수종, 유이, 이장우 등 주말 드라마 흥행보증수표들과 함께 했던 〈하나뿐인 내편〉은 모종의 사정 때문에 28년 동안 정체를 숨겨야만 했던 아버지와 갑자기 나타난 그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린 한 여자의 이야기인데요. 결국 각자의 '하나뿐인 내편'을 만나며 삶의 희망을 되찾아간다는 내용입니다. 당초 50부작이었지만 인기에 힘입어 3부가 연장되기도 했죠.
박성훈은 이 드라마에서 메인 빌런(?) 장다야(윤진이)의 오빠 장고래 역을 맡았습니다. 극 중 거의 유일한 정상인 캐릭터인데요. 백수로 오해받을 만큼 허술한 성격과는 달리 치과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가졌다는 점이 뭇 여성들을 설레게 했던 포인트였죠.
대학교 때 좋아하는 여자에게 키스하려다 뺨을 맞은 트라우마로 '절식남'이 된 그는 연애에 관심이 없었지만, 김미란(나혜미)를 만나며 사랑에 눈뜨게 됩니다. 여기서 나오는 귀여운 러브스토리도 있지만,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마음대로 미워하지도 못하는 복잡한 감정을 처절하게 연기해낸 덕에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어요. 이 드라마는 박성훈을 '국민 고래'로 거듭나게 했습니다.
극 중 전재준은 고등학교 때부터 학교 폭력을 일삼던 가해자 무리의 일원이었습니다. 시끄럽게 피해자를 괴롭히던 손명오(김건우)에 비해 학폭 현장을 조용히 방관할 뿐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위에 군림하며 더 나쁜 짓을 많이 해 온 인물이죠. 어른이 된 후엔 분노 조절이 거의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요. 무리의 대장 격인 박연진(임지연)을 오랫동안 사랑했고, 박연진이 결혼 후 낳은 아이가 자신의 딸이었음을 알고는 없던 부성애까지 생긴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박성훈이 악역을 맡은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세계인을 열광케 한 임팩트는 전재준에게 있었죠. 설정과 서사가 섬세하게 부여된 데다가 심지어는 개그 요소까지 갖춘 인물이었는데요. 이를 박성훈이 놓치지 않고 잘 소화해낸 덕이었습니다. 절대 편을 못 들 완벽한 악역이지만, 생물학적 친딸을 지키기 위해 눈이 돌아버린 모습은 괜히 마음이 쓰이기도 했거든요.
특히 〈더 글로리〉에서 전재준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잠깐이나마 샀던 장면은 고속도로에서 분노의 질주를 하는 대목이었는데요. 학교 교사가 딸을 비롯한 아이들의 옷 속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였죠. 앞을 가로막는 차 운전자에게 거의 방언이 터진 듯 욕을 퍼붓는 전재준만은 이해해 줘야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이를 연기한 박성훈은 "익숙하지 않은 욕설 연기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했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한 연기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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