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23로 4.2조 벌었지만, 반도체선 4.6조 적자…14년 만의 ‘삼성 쇼크’

고석현 2023. 4.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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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4조6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4분기(-6900억원), 2009년 1분기(-7100억원) 연속 적자 이후 14년 만이다.


갤럭시S23 덕분에 흑자 ‘턱걸이’


27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3조7454억원, 영업이익 640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1%, 95.5%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건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처음으로, 말 그대로 ‘초유의 사태’다. 삼성전자 측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및 경기 하강으로 전반적인 구매 심리가 둔화했다”며 “원화가 달러·유로 등 대비 강세를 보였지만, 달러 영향이 큰 부품 사업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업부문별로 DS(반도체)에서 13조73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4조58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26조8700억원, 영업익 8조4500억원)와 비교해, SK하이닉스 매출 감소세(12조1600억→5조900억원)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매출이 반 토막 났다.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가격이 폭락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위기의 삼성전자를 구한 건 갤럭시S23이었다. DX(디바이스경험)부문은 1분기 매출 46조2200억원, 영업이익 4조21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모바일경험)사업부는 매출 31조8200억원, 영업이익은 3조9400억원으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거뒀다.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S23의 호조 덕분에 회사 전체로 ‘흑자 턱걸이’를 한 셈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메모리 ‘감산 약발’ 기대…추가 감산 시사


2분기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다만 25년 만에 처음으로 메모리 감산이라는 ‘극약 처방’을 한만큼, 회사 측은 2분기부터는 ‘약발’이 먹힐 것이라고 기대한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실적 설명회에서 “반도체 생산량 조정은 중장기적으로 재고가 충분한 레거시(구형) 제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며, 선단(신형) 제품 생산은 조정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분기부터 시작된 라인 최적화 등 추가 대응으로 감산이 의미 있게 진행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가감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어렵지만 미래 대비” 시설·R&D 투자 늘려


대신 삼성은 미래를 위한 투자는 크게 늘렸다. 올 1분기 시설 투자액은 역대 1분기 기준 최대인 10조700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늘었다. 반도체에 9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디스플레이에도 3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했다. 연구개발(R&D) 투자는 6조5800억원으로, 지난 분기를 넘어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김 부사장은 “미래 경쟁력을 위해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투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설비 투자를 유지하며 R&D 비중은 지속해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기술 경쟁력을 키우면서 ‘버티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메모리에선 서버와 모바일용 고용량 제품 수요에 제때 대응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DX부문은 폴더블폰과 네오QLED 등 프리미엄 라인의 경쟁력을 키우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하반기 돼야 디스플레이 필두로 실적 개선”


미국 정부가 시행하는 반도체법 리스크에 대해 서병훈 삼성전자 IR팀 부사장은 “미국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개별 기업과 협상을 통해 구체화할 것을 밝혀 이 절차에 동참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가능성과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가능한 지정학적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서 노력을 지속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까지 반도체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는 돼야 삼성디스플레이를 필두로 실적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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