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비 "회담 최고 성과는 핵협의그룹…한국 '팔 비틀기' 아니야"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를 묻는 기자의 말에 "핵협의그룹(NCG)의 신설"을 꼽았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 북쪽 마당에서 커비 조정관을 만났다. 그는 "이번 국빈방문이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나 중국과 전략적 경쟁 등 여러 면에선 중요했지만, 확장억제에 대한 협의그룹을 새로 만든 게 가장 가시적이고 입증 가능한 성과"라고 말했다.
해군 제독 출신인 커비 조정관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 기간 가장 바빴던 백악관 인사 중 하나였다. 지난 24일에는 워싱턴의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를 짚었고, 25일에는 한국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묵는 숙소에 마련된 현장 프레스룸을 찾아가 브리핑을 했다.
정상회담 당일에도 백악관 브리핑실과 집무동인 웨스트윙을 수시로 오가며 일정을 챙겼다. 커비 조정관이 국내 매체와 따로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 선언'이 공개된 뒤, 내용만 따지고 보면 기존 미국 국방부의 핵 정책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커비 조정관은 "전례가 없었던 특별한 협의체"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새로운 수단인 만큼 더 억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핵에는 핵으로 보복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북한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에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야기에 모두 담겨있다"고 했다.
전날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침략당한 나라를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중요성을 한국보다 잘 아는 나라는 없다"는 말을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을 사실상 압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커비 조정관은 "이번 국빈방문이 팔을 비틀거나 회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미 한국이 인도적 지원을 하고, 대러 제재에 동참한 것 등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으며, 이날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그는 "한국 국민을 대표하는 윤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기에 우크라이나 국민의 삶과 생계가 걸렸다고 말해, 다른 단계의 지원을 바라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를 하나만 꼽는다면.
A : "확장억제에 대한 새로운 협의그룹(핵협의그룹·NCG)을 만든 것이다. 우크라이나 지원,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등 여러 면에서 이번 국빈방문은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NCG는 오늘 가장 가시적이면서도 입증 가능한 발표였다. 역사적이며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Q : 이전에 나왔던 미국의 핵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A : "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일이다. 그래서 NCG가 중요하다. 핵무기의 잠재적인 사용에 대해 한국 측과 논의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장을 마련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조건 없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면 이런 것을 논의할 필요도 없다. 외교가 여전히 통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양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Q : 한국에선 '핵에는 핵으로 보복한다'는 약속을 기대했다.
A : "북한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에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한 바이든 대통령의 이야기에 모두 담겨있다. 이는 그가 이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Q :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압박하는 듯한 이야기를 했다.
A : "이번 국빈방문은 팔을 비틀거나 회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늘 (회담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 한국은 2억50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제재를 시행했다. 이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국이 무엇을 할지는 한국 국민의 대표인 윤 대통령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그 결정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삶과 생계가 걸린 문제란 점은 분명하다."
Q : 한일 관계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은.
A : "역사는 때때로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다. 한일 두 정상은 미래에 초점 맞추고 관계 개선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양자가 아닌 세 나라 간의 협력이 되길 원하고 있다. 얼마 전 한미일 3국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안보적 관점 뿐 아니라 무역·경제 관점에서도 3국이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어 한다."
Q : 그러다 보니 한국 입장에선 이웃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너무 거세다는 우려가 나온다.
A : "글쎄. 우리의 동맹은 철통 같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린치핀(중심축)'이라고도 한다. 이 동맹은 한반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우리는 미래를 바라고 있다. 경제나 인적 교류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두 나라는 더 큰 기회를 보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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