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백신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

이해림 기자 2023. 4. 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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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4월 마지막 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예방접종 주간’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삶 속에 백신이 가장 깊숙이 침투한 시간이었다. 백신에 대한 정보가 미디어 곳곳에 떠돌았지만, 백신과 감염병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한국화이자제약은 세계예방접종주간을 맞아 ‘백신학 전문가와의 만남’을 개최했다. 강연자로 나선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현 교수는 “백신과 감염병에 관한 오해가 무수히 생산되는 게 안타까웠다”며 “어떤 말이 맞고 틀렸는지를 알아야 백신 공포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대중은 PCR 검사로 ‘환자’를 감별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무조건 감염병 환자라는 건 오해다. 모든 균이 인체에 들어와 곧바로 감염을 일으키진 않기 때문이다. 가령, 폐렴 원인균인 폐렴구균은 인체에 들어와도 감염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사람 몸을 숙주 삼아 그 안에 머무르고만 있는 것이다. 이 균이 몸속에 있지만 별다른 이상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을 ‘감염병 환자’라고 하긴 어렵다. 김동현 교수는 “PCR 검사 양성이 나온 사람을 ‘환자’라고 진단하려면, 지역사회 내에 그 감염병이 유행 중인지, 양성인 사람이 질환 증상을 보이고 있는지 등 다른 요인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질병은 단순히 몸에 균이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전문의의 ‘해석’을 통해 진단된다”고 말했다.

치료제가 있는 병은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역시 오해다. 나은 후에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확률이 높은 질환이라면 애초에 걸리지 않는 게 안전하기 때문이다. 폐렴구균이 혈관을 타고 다니며 일으키는 수막염이 그 예다. 폐렴구균 수막염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항생제 내성 문제로 인해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생존하더라도 뇌 신경 마비나 국소 뇌 결손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비율이 29~72%에 달한다.

이런 질환은 백신을 접종해 감염 가능성을 낮추는 게 최선이다. 특히 ▲50세 이상 고령자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 등 감염 고위험군은 집단 면역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백신을 접종하는 편이 안전하다. 김동현 교수는 “어린아이와 노인이 고위험군인 폐렴구균의 경우, 아이들이 백신을 접종받으면 지역사회 감염이 줄어 노인 발병률도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며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노인 집단 발병률을 떨어뜨리는 덴 한계가 있으므로 고위험군이라면 직접 백신을 맞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백신을 맞기로 결정해도, 도대체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대부분 질환은 시중에 백신이 여러 개 나와 있다. 사람들은 그중 하나를 선택해 접종하게 된다. 폐렴구균 백신의 경우 23가 다당질백신과 13가 단백접합백신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서 65세 이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접종하는 백신이며, 후자는 화이자에서 출시한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다. 무조건 어느 것이 좋다기엔 각자 장단점이 다르다. 가수가 클수록 해당 백신이 예방할 수 있는 병원균 유형이 많다는 뜻이다. 페렴구균은 100여 개의 혈청형이 있다. 23가 백신은 이 중 23가지를, 13가 백신은 이 중 13가지를 예방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는 숫자가 클수록 예방 효과가 크다. 그러나 가수만으로 백신을 선택하는 건 섣부른 결정일 수 있다. 백신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 즉 몸이 병원균에 대항하는 방법을 기억하는 기간이 백신 종류마다 달라서다. 김동현 교수는 “다당질백신은 단백접합백신에 비해 몸이 기억하는 기간이 짧아, 가수가 커도 기대만큼 면역력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며 “반면, 단백접합백신은 면역세포인 t세포까지 영향을 줘서 면역 기억이 비교적 더 오래간다”고 말했다.

백신의 예방 효력을 어떤 지표로 평가했는지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백신의 유효성은 크게 ▲면역원성(Immunogenicity) ▲효능(Efficacy) ▲효과(Effectiveness)의 세 가지 지표로 평가된다. 면역원성은 쉽게 말해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에게 항체가 얼마나 많이 생겼는가다. 이것만으로는 백신의 실질적인 질병 예방 효과를 예측하기 충분하지 않으므로 보통은 ‘효능’과 ‘효과’까지 검토한다. ‘효능’은 실험에서 얻은 예방 확률, ‘효과’는 실제 세계에서 관찰한 예방 확률을 말한다. 효능은 진짜 백신을 접종한 집단과 가짜 백신을 접종한 집단의 질병 발병률을 비교하는 실험에서, 효과는 실제 지역사회에 백신을 접종한 후에 얻어진다.

효능이 좋으면 효과도 좋을 가능성이 크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연구자가 통제하는 실험과 달리, 실제 세계엔 연구자도 모르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세 가지 영역에서 모두 유효성이 검증돼야 백신의 감염 예방 효력이 좋다고 평가한다”며 “실험실에서의 효능을 내세우는 백신들이 있는데, 실험실 효능이 높다고 무조건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좋은 건 아니”라고 말했다. 

한국화이자제약이 개최한 ‘백신학 전문가와의 만남’에서 강연하는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현 교수​./사진=이해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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