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JIFF]다르덴 형제 "영화로 한국 알아, 거장 감독 많다"

이이슬 2023. 4. 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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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영화산업 다양성 존중해야"
뤽 다르덴 감독[사진출처=연합뉴스]

"한국은 영화로 알게 된 나라다. 유명하고 좋은 영화감독이 많다. 눈으로 보고 싶었는데, 오게 돼 기쁘다."

거장 다르덴(장-피에르·뤽) 형제 감독은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다르덴 형제 감독은 27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24회 전주영화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기자회견에서 "저희의 모든 영화가 한국에 배급됐다"며 "한국을 영화로만 알았는데, 이번 기회에 직접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제는 2019년 다르덴 형제와 이창동 감독과 함께 하는 특별전을 기획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취소됐다. 다르덴 형제 감독은 한국에 오겠다는 약속을 올해 지켰다. 정준호 집행위원장은 "훌륭한 두 감독이 많은 영화제의 제안을 뿌리치고 한국의 전주영화제에 와줘서 감사하다"며 "가문의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칸이 사랑한 거장이라 불리는 다르덴 형제 감독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무려 9번 진출해 '로제타'(1999)와 '차일드'(2005)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어른보다 고결한 아이들의 우정

'토리와 로키타' 스틸[사진제공=영화사진진]

신작 '토리와 로키타'는 지난해 제75회 칸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받은 영화로, 올해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다. 벨기에로 넘어온 아프리카 난민 소년 토리와 소녀 로키타가 마약 장사에 손대면서 벌어지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켜주고 싶은 남매 토리와 로키타가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어주며 함께 살아가고 살아남기 위한 여정에 집중한다.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수백명의 아이들이 유럽으로 넘어와 사라졌다는 보도를 접했다. 음지에서 사라져가는 아이들을 보며 미래가 어둡다는 기사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현대 사회에서 어린아이들이 사라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형제 감독이 강조한 것은 두 아이의 우정이다. 장 피에르 감독은 "아이들의 우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이어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이 토리와 로키타의 친구가 되길 바란다. 두 외국 아이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친구'를 떠올리길 바란다. 적이 아닌 친구"라고 말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부모 없는 외국인 아이들이다. 이 사회 가장 취약계층이다. 이들이 어른 앞에 섰을 때 어떤 어려움과 마주하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아이들만의 세상이 있고 우정이 존재하며 어른들보다 더 고결하다. 극 중 '체류증만 있었다면 나는 학교에 갈 수 있었고, 로키타는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었다'는 대사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다."

토리와 로키타 역을 맡은 파블로와 졸리는 연기를 처음 하는 비전문 배우였다. 이들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캐스팅은 결국 '선택'이다. 선택은 모든 결과를 가리킨다. 이 실험이 도박 아닌가 싶기도 했다. 초반엔 어려웠지만 두 배우가 연기를 잘해서 곧바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의 도움을 받아 주요 세트장을 완성했다. 뤽 다르덴 감독은 "경찰 마약반 소속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세트장을 지었다. 마리화나 재배지에서 잡은 갱단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현존하는 마리화나(대마초) 재배지와 매우 비슷하다"고 했다.

"우리는 늘 같은 영화를 원한다"

다르덴 형제 감독[사진출처=연합뉴스]

다르덴 형제 감독은 모든 영화를 함께 작업해오고 있다. 이견은 없을까. 뤽 다르덴 감독은 "함께 구상한 뼈대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쓴다. 형과 통화하면서 상의하며 손보는 과정인데, 처음부터 문제 되는 점이 없다. 항상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집에서 태어나고 자라 그런 것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뤽 다르덴 감독은 "찰리 채플린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종이다. 요즘 영화는 질이 낮아졌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양성이다. 폭소를 자아내는 코미디 영화, 깊은 여운을 안기는 메시지 등 다양성을 잊지 말고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전주영화제는 42개국 247편(해외 125편·국내 122편)을 상영한다. 최초 공개되는 월드프리미어 작품은 66편이다. 전주 시내 6개 상영관, 23개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한국단편 38편은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다. 이날 개막해 5월6일까지 열린다.

전주=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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