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의혹 대대적 압수수색…SG증권 폭탄, 빚투족도 던지나

최현주 2023. 4. 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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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증권사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부 종목은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이어갔고, 주가조작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은 관련 업체 10여 곳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 수색에 나섰다.

27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합동으로 30여 명의 인력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컨설팅업체 등에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남부지검은 앞서 지난 24일 주가 조작 세력으로 의심되는 10명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름 전쯤 이상 기류를 감지하고 파악에 나섰다”며 “어느 기관이 주관하는지 중요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여러 기관이 합심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횡 등이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대한 주가 조작 조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SG증권발 ‘매물 폭탄’ 사태의 여진은 지난 24일부터 나흘째 계속되고 있다. SG증권을 통해 매물이 쏟아지며 시작된 서울가스‧대성홀딩스‧삼천리‧선광‧셋방‧다우데이타‧다올투자증권‧하림지주 등 8개 종목의 하한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들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 24일부터 4거래일 만에 8조원 가까이 사라졌다.

27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서울가스(-30%)와 대성홀딩스(-29.98%), 선광(-29.86%)은 장 개장과 함께 가격 제한 폭까지 떨어지며 4거래일 연속 하한가로 장을 마쳤다. 삼천리(-27.19%)는 하한가에 근접하며 거래를 마감했다. 다우데이타(-4.24%)와 다올투자증권(-2.89%), 하림지주(-3.40%)는 낙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세방(3.50%)만 소폭 반등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주가 조작에 따른 급락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가 조작에 가담한 세력이 조사가 시작되기 전 급하게 매물을 쏟아내며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가 금융당국의 조사가 시작됐다는 낌새를 눈치챘거나 세력 내 분쟁 같은 이유로 자금 일탈이 생기면서 한꺼번에 매물을 던졌고 수급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인해 일반 투자자가 맞을 후폭풍이다.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 거래 비중이 높을수록 급매 현상이 증폭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하한가 사태 관련 종목의 신용융자 잔고율은 평균 10%에 이른다. 코스피 전체 종목의 신용융자 잔고율(0.98%)을 크게 웃돈다.

SG증권을 통해 나온 매물 폭탄으로 ‘빚투족’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거나 증거금 회수를 위해 증권사가 반대 매매에 나서며 주가가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이미 지난 25일부터 주가가 폭락으로 인해 증거금을 추가로 납입하지 못한 일반 투자자에 대한 일부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주가 급락에 따른 손실뿐만 아니라 주식 청산 위험성도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SG증권 관련 종목을 신용대출 종목군에서 제외하거나 30~40%였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에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면 공급이 급작스럽게 늘어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며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량 폭탄에 따른 가격 하락이 또 다른 물량 폭탄을 부르고 가격 급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 지난 24일부터 나흘간 하한가 사태를 맞은 8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70%가량 떨어졌다. 서울가스 주가(종가 기준)는 지난 21일 46만7500원에서 27일 11만2700원으로 수직 낙하했다. 4거래일 만에 7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성홀딩스도 13만100원에서 3만1300원으로 76% 하락했다. 선광(16만7700원→4만400원), 삼천리(49만7500원→12만4500원)의 낙폭도 각각 75% 수준이다.

한편 주가 조작 세력은 다단계 방식으로 자금을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선 이들이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사 자금까지 모아서 장외 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에 나섰을 것으로 예상한다.

CFD는 투자자가 일종의 담보라고 할 수 있는 일정 규모의 증거금만 계좌에 넣어두면 증권사가 해당 증거금보다 더 큰 규모의 주식을 매매해 차익을 투자자에게 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다. 단 증거금이 약속한 규모보다 줄어들면 투자자 동의 없이 증권사가 반대 매매(매물 청산)를 할 수 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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