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하철 흔들려 다쳤다" 수십통 전화…800만원 뜯은 50대
“수모를 다 당했는데 위로금 100만원으로 끝낼 순 없다는 얘기죠. 돈 내놓으세요. 국민신문고에 반드시 글 올릴 거예요. 절대로 포기 안 하니까 그렇게 아세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보험금 지급 업무를 대행하는 A손해사정사 직원 임모씨는 지난해 5월 이런 협박 전화를 수십 통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코레일이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이용객 유모(59)씨였다. 유씨는 한 달 전인 지난해 4월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너무 흔들려서 열차 안 쇠 기둥에 부딪혔다. 다쳤으니 보험금을 달라. 아니면 소송을 하거나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리겠다”며 코레일에 신고를 접수했다. 코레일은 회사 담당 보험사와 위탁계약을 맺은 A사에 사건 처리를 맡겼고, A사는 치료비 명목으로 3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한번 돈을 손에 쥔 A씨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업무를 볼 수 없을 만큼 자주 전화를 걸어 추가로 돈을 요구했다. 협박만이 아니었다. 때로는 “내가 사고를 당한 죄로 얼마나 고통을 받았느냐. 너무 힘들다”며 몇 시간씩 피해 사실을 늘어놓기도 했다. 담당 직원 교체도 요구했다.
A사는 요구에 따라 담당 직원을 임씨로 바꿔줬지만 유씨는 또다시 “소송을 걸겠다. 금융감독원과 보험사에 민원을 넣겠다”는 등의 협박을 이어갔고, 결국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한 뒤 1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그러나 유씨의 협박 전화는 그 후로도 계속됐다. “보험 조사 과정의 불만을 민원 제기하겠다”며 A사를 재차 압박했고, 또 한번 피해보상금 200만원을 받아냈다.
“지하철이 흔들려 다쳤다”는 유씨의 일방적인 주장에 총 300만원이 넘게 지급됐지만, 유씨는 이정도 금액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임씨에게 또 다시 불만과 함께 협박을 쏟아냈고, 이번엔 직전에 받은 돈의 3.5배인 700만원을 요구했다. 결국 A사는 더 이상은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고, 유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사 관계자는 “보상금을 요구하는 전화가 수십, 수백 통씩 걸려와 도저히 다른 업무를 못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결과, 유씨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2020년과 2021년에도 똑같이 “지하철에서 다쳤다”는 명목으로 보상금을 요구해 500여만원을 받았던 것이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송파경찰서는 유씨에게 업무방해ㆍ공갈 등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같은 혐의로 유씨를 약식기소했다. 법원 역시 유씨의 혐의를 인정해 최근 벌금 8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유씨가 기한 내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며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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