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또 ‘명동 꾸미기’…“인파 넘쳐서 바닥그림 안 보여도 좋아”
“2년 전 명동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그림을 다 그리고도 행사를 취소해야 했어요. 이젠 수많은 사람이 모여 즐길 수 있으니 그때의 아쉬움이 풀리는 느낌입니다.”
그래픽 아티스트 그라플렉스(본명 신동진·41)는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명동 페스티벌 2023’에 참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라플렉스는 만화적인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화풍으로 국내·외에서 주목 받는 작가다. 그가 명동에 진심인 이유는 2021년 ‘재미로 프로젝트’ 당시 6개월간 명동을 꾸몄다가 코로나19로 행사를 열지 못했던 경험이 있어서다.
올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계기로 서울 중구 명동에 축제가 열린다고 했을 때, 그라플렉스는 바로 협업 제안을 수락했다. 이번엔 명동을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하는 역할을 맡았다. 거리와 공실 상가, 낡은 시설물 등에 그래픽을 입혔다. 특히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부터 명동 예술극장까지 200m 거리에는 대규모 ‘바닥화’를 선보인다.
그는 “올해 초부터 명동을 오가면서 작업했는데 갈 때마다 관광객이 계속 늘어나서 놀랐다”며 “공실이었던 건물에 그림을 그렸는데 갑자기 새 가게가 들어온 일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바닥 그림이 안 보여도 괜찮다”며 “공공미술에서는 작품보다 사람들이 함께 있는 공간이란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2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열리는 명동 페스티벌은 관광객 유입 확대·상권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와 롯데백화점이 공동으로 기획한 행사다. 그라플렉스는 명동의 ‘미음’과 ‘이응’을 본 따 페스티벌 전용 캐릭터 ‘미응이’를 만들었다. 축제 기간 명동 곳곳에서 미응이를 접할 수 있고, 미응이 대형 풍선도 8개가 설치된다.
그라플렉스는 “명동은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모이는 공간이고, 내국인도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곳”이라며 “한글을 활용해 미응이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네모와 동그라미로 볼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도 친숙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회사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라플렉스는 2007년 아티스트로 본격적으로 나섰다. YG엔터테인먼트의 피규어 캐릭터 ‘크렁크’를 디자인해 이름을 알렸고, 나이키·몽블랑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작업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는 게 아니라는 점이 달랐다”며 “대중이 봤을 때도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축제 기간 볼거리뿐 아니라 참여할 거리도 풍성하다. 스탬프 투어, 할인 쿠폰 증정과 경품 뽑기 이벤트,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 줍기) 등을 진행한다. 그라플렉스는 “거창한 메시지를 담기보다는 누구든 와서 그림을 보고, 사진 찍고,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며 “영플라자에서 소규모 전시도 할 계획인데, 방문하면 미응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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