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 있어요? 그럼 이만" 빠르게 거절하는 소개팅 中남성들, 왜

미혼남 결혼 조건 1순위 "남동생이 없을 것"
"중국女가 男형제 뒷바라지하는 관습 때문"

중국에서 남동생이 없는 신붓감을 찾는 미혼 남성이 늘고 있다. 결혼생활에서 향후 남동생들이 '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달 초 산둥성에서는 4000여명이 참석한 미혼남녀 소개팅 행사가 열렸다. 이 가운데 이 행사에 참석한 남성들 대부분은 남동생이 없는 여성을 원했다.

행사에 참가한 1990년생인 한 남성은 자기소개서에서 안정적인 직업, 자동차, 아파트를 가진 여자친구를 원한다면서도 남동생은 반드시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1998년생인 남성은 "상냥하고 사려 깊은 여성을 찾고 있다"면서 "남동생은 없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중국의 경우, 전통적인 남아 선호 성향 탓에 많은 여성이 재정적으로 남자 형제를 뒷바라지하도록 부모로부터 강요당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미혼 남성들은 남동생이 없는 여성을 원하는 것하고 있다.

미혼남성 사이에서 이러한 경향이 커지자 많은 미혼여성은 자기소개서에 남동생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히기 시작했다.

'푸디모' 강요하는 중국 사회

중국에서 남동생이 없는 신붓감을 찾는 미혼 남성이 늘고 있다. 미혼 남성들이 이처럼 남동생이 없는 여성을 원하는 것은 나중에 '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미혼남성들이 남동생 있는 여성을 기피하는 현상은 '푸디모'에 기원한다. 푸디모란 남동생을 과도하게 뒷바라지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중국 신조어다. 푸디모는 '남동생을 지원하는 괴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산둥미래심리컨설팅연구소의 장푸후이 컨설턴트는 이런 '푸디모' 현상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SCMP에 "남성들이 남동생 없는 여성을 찾는 것은 미래의 아내가 새로운 가족의 이익은 무시하고 남동생에게만 헌신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많은 중국 부모가 남동생을 책임지게 하려고 딸들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들은 딸들에게 누나로서 남동생을 도와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그 결과 많은 여성이 남동생을 위해 희생한다"고 말했다.

산둥성 짝짓기 행사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만 9300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온라인에서 큰 논쟁을 일으켰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문제는 남동생이 있는 게 아니라 당신이 푸디모라는 것"이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런 기형적 사회적 현상은 기형적 사회에서 기원한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누나가 있는 친척이 있는데 심지어 그 애도 남동생이 없는 여자친구를 찾고 있다. 너무 웃긴다!"는 글도 올라왔다.

한편, 지난 3년간 '제로 코로나'를 거치며 청년 실업률이 20%에 육박하는 등 경제적 압박 속에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중국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