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엔 "규탄" 中엔 "현상 변경 반대"…韓, '가치연대' 좌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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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대상 행위 강력 규탄"
이날 공동성명에는 한ㆍ미 정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규탄함에 있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한다"며 러시아를 규탄하는 대목이 다른 글로벌 현안보다 가장 앞쪽에 등장했다. 배치 상으로 보면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이자 주요 성과로 꼽히는 북핵 문제에 대한 대응보다 앞선다.
한·미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침략 전쟁"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했다. 이는 지난해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같은 전쟁에 대해 "러시아의 일방적인 추가적 공격"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던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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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재건"도 첫 언급
이번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한 대목이 새로 담겼다. 지난해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만 언급됐던 것과 달리, 이번엔 "양국은 전력 생산과 송전을 확대하고 주요 기반시설을 재건하기 위한 것을 포함해 필수적인 정치·안보·인도적·경제적 지원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한·미가 전쟁 이후 상황에 대한 논의를 미리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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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언급" vs "깊게 논의" 온도 차
다만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대한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소인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는 짧게 언급됐고 정부의 공식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전날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 '다음 단계'가 무엇일지 정상 급에서 심도 깊게 논의할 거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던 것과 온도 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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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변경 반대" 추가
중국을 향해선 2021년부터 2년 연속으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겼던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문구가 유지됐다. 새로 추가된 내용은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표현이다.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는 주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시도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로,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표현이다.
다만 한·미 양국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현상 변경의 대상을 대만으로 적시하는 대신 범위를 '인도-태평양'이라고 넓게 잡았다. 중국의 즉각적 반발을 의식한 표현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 미국 측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워싱턴 선언'의 내용과 관련해 중국에 사전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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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강압 행위도 저격
또 공동성명에는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에 대한 반대 입장도 포함됐는데 이는 각각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인공섬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한·미는 지난해에 "국제법에 대한 존중"만 밝혔는데, 이번에는 "유엔 해양법 협약" 등 중국이 벌이고 있는 영유권 주장의 불법성의 근거 조항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는 "대만 해협 뿐 아니라 한국 등 인접국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동아시아 해양에서 중국의 강압 행위에 대해 한ㆍ미가 원칙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워싱턴 선언에 명시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맞물려 중국이 미국의 군사적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구상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견제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동성명에는 중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는 이중잣대"라며 반발해온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지 입장도 담겼다. 앞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협력체)에 이어 이번에 오커스까지 미국 주도의 소다자 협의체에 한국이 정상회담 때마다 속속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진영에 보다 공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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